스즈키 세이준 감독이 연출한 <아지랑이 좌>는 1920년대 일본, 한 극작가가 겪는 몽환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신파 극작가 마츠자키는 길에서 우연히 어떤 여성을 여러 번 마주치게 됩니다. 그녀는 타미와키 남작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한편 남작에겐 그녀 말고도 다른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녀와도 묘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줄거리 자체를 설명하기도 너무나 힘든 이 실험적인 작품은 액션 스타로 유명한 마츠다 유사쿠가 본격적으로 이미지를 변신한 작품입니다. 작품 내에서 단 한 번도 과도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스즈키 세이준의 도전이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캐스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체 가능한 배우가 있었을 듯 하더라고요. 사실 이 실험적인 작품은 이야기의 흐름이 시간의 순서대로 편집되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이미지의 충돌이나 인물의 조각난 기억들을 이어 붙이는 편집입니다. 90,2000년대 기타노 다케시의 독특했던 편집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로 인한 예술적 성과가 어느 정도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반 관객들은 영화를 끝까지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적응하기 어려운 편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마지막인 극장 장면은 정말 아름다운 이미지의 향연입니다. 배우로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의상 그리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극장이라는 공간이 묘한 정서를 안겨주더라고요.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기엔 너무나 힘든 작품이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