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 맞나 하면서 봤네요. 전작 <우연과 상상>은 뭔가 짝퉁 홍상수 감독 영화 느낌이 들어 그저 그랬는데, 이번 영화는 전반적으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레버넌트>도 연상되고, 아이러니가 빚어내는 냉소적인 유머와 서슬 시퍼런 비극이 미장센과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박찬욱 감독 영화같기도 하고... <드라이브 마이 카>가 제 인생 영화 중 하나인데, 그와는 결이 확 다르지만 시종일관 긴장과 흥미를 잃지 않고 봤습니다.
균형이 무너진 공존은 이미 빗맞은 총상과 같다는 존재론적 일침도 마음에 와닿았고, 또한 영화 전체가 마치 총에 빗맞은 사슴처럼 위태롭고 처연하며 아이러니하며 무엇보다 춥네요...
워낙 대사를 번쩍이는 검처럼 잘 쓰는 감독이긴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대사를 휘두를땐 거침없이 휘두르되 대사 없이 풍경과 소리, 카메라 워크, 메타포만으로도 이야기를 이어가고 할 말을 전하는 화법까지 선보여 하마구치 감독 언어 세계의 확장이라는 영화적 의미 또한 있지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말 많은 영화보다 이런 스타일도 좋네요.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고 기대만큼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무엇보다 러닝타임 아주 칭찬합니다ㅎㅎ
*별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