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강력한 스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테오란 자연재해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본인이 이성에게 매력적인 걸 알고 있다.
파릇파릇한 젊음의 아우라를 빙 두르고 있다.
잃을 것도 없고 일상이 붕괴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순수하리만치 본능에 충실하다.
이런 자연재해와 맞닿뜨린 여주는 불가항력적으로
자연스레 테오와 육체적 관계를 맺습니다.
여주의 연기력 때문인지,
은연중 드러나는 그녀의 과거 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남자와 관계를 하며 좋았단 적이
테오가 혹 처음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했습니다.
처음 관계는 우발적이라 하더라도
그녀의 연륜, 경험, 직업으로 볼 때
금세 마음을 추스르고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테오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힘도 있구요.
여주는 겉으로 테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끊기 위해
합리적, 논리적, 이성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테오의 질문에 본능적으로 즉답하는 부분에서
"나랑 했던 거 별로였어요?" "좋았어."
"내가 싫어요?" "아니."
그녀는 테오와 정리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멀어지든
테오가 흔들면 또 불가항력이 되는거구요.
관능으로 휘감았던 영화의 분위기는
끝부분에 이르러 굉장히 쓴맛이 확 올라옵니다.
근래 비슷한 소재였던 메이 디셈버보다 훨씬 좋았으며
저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