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강 감독이 연출한 <골드핑거>는 <무간도>이후 20여년 만에 재회한 유덕화, 양조위가 주연한 범죄드라마입니다.
1970년대 홍콩을 살아가는 남자 청(양조위)는 빈민층에 살면서 사기꾼들의 심부름꾼으로 일합니다. 그러던 와중 우연치 않게 큰 건을 성공시키면서 한 기업가의 맘에 들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이 세계에 발을 들인 청은 승승장구하며 거대기업인 카르멘 그룹을 창설하게 됩니다.
각종 주식 사기로 부를 추적한 청과 카르멘 그룹을 주시하던 반부패 수사관 류치웬(유덕화)은 청을 수사하게 되지만 여기 저기 빠질 구멍을 만들어 놓은 청은 결국 구속되지 못하고 거의 10년 세월이 지나가게 됩니다.
<무간도>와 같은 긴장감을 주는 작품이 아니라 이미 환갑을 넘은 두 배우가 장년 캐릭터를 어떻게 능청스럽게 연기하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는 <골드 핑거>는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게 없지만 이야기 자체의 매력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97년 홍콩 반환 이전 혼란스러운 80년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흥미롭게 연출되고 있진 않습니다.
돈과 주식이 키워드가 되는 이 작품은 마틴 스콜세지의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향기가 너무나 나는 작품입니다. 제 정신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돈을 쫓는 자들을 묘사하는 방식이 너무나 유사하더라고요. 다만 이 작품만이 이러한 캐릭터를 차용하는 게 아니라 스콜세지의 작품 이후 많은 작품 안의 캐릭터들이 디카프리오의 일장 '연설' 장면을 흉내 내고 있더라고요.
아무튼 중화권을 대표하는 두 대배우의 만남으로 주목을 끈 <골드핑거>는 예상보다는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연출적으로 두 배우의 연기를 좀 더 뒷받침해줬으면 멋진 영화가 나왔을거라 생각되었는데 살짝 아쉽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