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세 영화가 동시에 상영 중이라 다 챙겨봤습니다. 다행히도 세 공포 영화들이 다들 티켓값을 하네요.
<애비게일> : 별 3.5개
<애비게일>은 보기 전엔 뱀파이어를 어느정도 가미한 공포물인줄 알았는데, 보고나니 이건 그냥 아예 뱀파이어물이라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고어한 묘사도 꽤 있고 주인공들이 다들 피범벅이 되긴 하지만요. 보면서 든 생각은, 뱀파이어 발레소녀 애비게일이 작년 영화 <메간>의 춤추는 인형로봇 메간보다 확실히 더 힘이 세다는 것.. <애비게일> 영화 전체가 이 아역배우의 연기자랑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앞날이 기대되네요.
최근에 <스턴트맨> 영화의 상징 이모티콘이 따봉👍이었다면, <애비게일>의 상징 이모티콘은 약속🤙이었습니다.
처음에 주인공들이 한 팀으로 시작한다는 점과 주연 배우가 멜리사 바렐라인 점에서, 최근에 멜리사 바렐라가 출연한 <스크림> 5편, 6편과도 꽤 비슷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물론 같은 감독의 전작인 <레디 오어 낫>과 유사한 부분들도 많이 있었고, 특히 마지막 멜리사 바렐라의 모습에 사마라 위빙이 딱 그대로 오버랩되더군요.
분명히 액션이 폭주하고 피가 팡팡 터지며 볼거리가 더 많은 쪽은 <애비게일>이지만, 저한테는 여전히 <레디 오어 낫>이 <애비게일>보다 조금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애비게일>은 독특한 영화였고, 머리를 비우고 본다면 킬링타임용 오락물로써 괜찮았습니다.
<악마와의 토크쇼> : 4.0 ~ 4.5
<악마와의 토크쇼>는 라이브 쇼가 초자연적 힘에 의해 막장이 된다는 설정도 그렇고, 무엇보다 <다크나이트>로 모두가 알게 된 배우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의 연기가 예고편을 봤을 때 상당히 좋아보여서 세 영화 중 가장 큰 호기심을 가지고 본 작품이었습니다.
영화 도입부에 70년대 당시 혼돈의 시대상을 빠른 몽타주로 보여준 뒤, 영화의 주인공인 TV쇼 진행자 잭의 지난날의 흥망성쇠를 짧게 요약해 소개하는 장면에서부터 이미 영화에 빨리듯이 딱 몰입이 되더군요. 그리고 다스트말치안이 심야 토크쇼 진행자 역을 기가 막히게 잘 연기하는 걸 보면서 감탄했고, 영화 전반적으로 모든 주요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그럴듯하고 뛰어났습니다. 후반부는 대체적으로 뭐랄까, 공포보다는 슬픔의 정서가 깔려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악마와의 토크쇼>에서 자주 나오는 TV 화면에 전파 노이즈나 배우들의 특수효과 분장을 보면서, 저의 짧은 영화지식으로는 예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80년대 작품들인 <화성인 지구 정복(They Live)>이나 크로넌버그의 <스캐너스>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분위기를 정말 잘 구현해서 처음부터 쭉 몰입해서 보게되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할로윈 오컬트 영화였습니다.
<오멘: 저주의 시작> : 3.5 ~ 4.0
<오멘: 저주의 시작>은 포스터의 분위기가 뭔가 상당히 센 공포감을 줄 것 같아서 처음엔 망설였는데, 생각보다 깜놀이 많지 않아서 좀 편하게 보았습니다. 출산 관련 장면들도 예상보다는 덜 징그럽게 보였고, 여러모로 날 것의 공포를 잘 보여주면서도 관객을 심하게 압박하지는 않는 미묘한 연출 방식은 확실히 여성감독다운 면모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외에도 여러 상징적이고 분위기 있는 연출들도 좋았고, <세인트 모드>를 연출한 로즈 글래스 감독을 포함해서 요즘엔 이렇게 여성 감독들이 호러로 장편 데뷔작을 만들어 성공시키는 케이스가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네요.
주연 배우 넬 타이거 프리의 얼굴은 제가 볼 때 이탈리아의 모델 겸 여배우 알리체 파가니(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주인공인 파올로 소렌티노의 이탈리아 영화 <그때 그들>에 출연했습니다)와 상당히 닮아서 눈길을 끌었는데, 특히 클럽 씬에서는 상당히 고혹적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고난 차 옆에서 온 몸을 꺾는 연기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을 것 같다는 인상을 준 흥미로운 여배우였어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와 내용 전개가 거의 90% 정도 똑같은 작품이 얼마 전에 시드니 스위니가 주연으로 나왔던 <이매큘레이션>인데, 오멘이 꽤 뉘앙스와 품격이 있는 영화였던 반면 이매큘레이션은 이번 오멘 영화의 싸구려 짝퉁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멘: 저주의 시작>은 공포 면에서는 다른 자극적인 호러들에 비해 조금 밋밋한 느낌이 있어도, 고전 명작의 프리퀄로써 위의 <악마와의 토크쇼>처럼 그 시절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었고, 주인공들의 뒷이야기를 어떻게 풀지 궁금해서 속편이 기대됩니다.
악마와의 토크쇼 기대됩니당 ㅎㅎ 애비게일과 악마와의 토크쇼는평이 안보여서 걱정을 했는데 괜찮다니 다행이네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