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라이카트 감독이 연출한 <쇼잉 업>은 조각가 여성이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주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조각가 리지(미셸 윌리엄스)는 경력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는 전시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녀는 같은 일을 하는 친구 조(홍 차우)의 옆집에서 살고 있는데요. 얼마 전 비둘기 한 마리가 집으로 들어와 집 밖으로 던져버립니다. 다음날 조는 다친 비둘기를 리지 앞에 보여주면서 자신이 외출할 때까지만 비둘기를 돌봐달라고 합니다.
자신이 던진 비둘기를 졸지에 맡은 리지는 비둘기 상태가 안 좋은 거 같아 동물 병원까지 데리고가죠. 사실 리지는 전시를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서로 으르렁 거리는 부모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남동생, 고양이 집사에다 얼마 전부터 온수는 나오지 않습니다. 근데 오히려 이 비둘기를 돌보며 전시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퍼스트 카우>로 독특한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줬던 켈리 라이카트의 22년 작 <쇼잉 업>은 큰 사건 없이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을 흡입시키는 작품입니다. 누구나 겪을만한 주변의 관계를 통해 어떻게 문제를 극복해나가는지 혹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는지를 영화는 보여줍니다.
언제나 좋은 연기를 보이는 미셸 윌리엄스가 영화 전체를 이끌고 있는데요.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자신의 캐릭터를 온전히 체화한 연기를 이번에도 보여줍니다. 또한 <더 웨일>에서 간호사 역을 통해 잘 알려진 홍 차우는 따뜻함과 냉정함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있고요.
오랜 작품 활동을 했지만 개인적으론 <퍼스트 카우>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은 다음 작품을 또 기대하기에 충분히 좋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