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예술가의 머릿속에 잠시나마 들어갔다 나온 기분입니다.
감독의 인생에서 오랫동안 품고 정리해온 생각들을 극영화를 가장한 에세이, 혹은 연설문의 느낌으로 상당한 러닝타임 내내 쏟아내고 있습니다. 예고편만 봐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듯, 웅장한 서사와 스릴을 갖춘 감독의 최근작들과 달리 다소 난해하고 지루한 느낌이 드는건 어쩔수 없을것 같습니다.
미국-멕시코의 관계와 역사 그리고 감독 본인의 가족사 등을 담고 있고, 미국에서 인정받고 성공한 멕시코인으로서의 스스로에 대해 약간은 자조적인 고민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조예가 깊은 관객이라면 영화 전반에 대해 많은 해석과 이야기를 풀수 있겠지만, 깜냥이 안되는 저는 흥미로운 부분은 귀담아 듣고 어려운 데는 멍하니 넘기면서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픈 가족사를 이미지화한 것과 인생 멘토로서 아버지가 등장한 장면 등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형식적으로는 감독의 몇몇 전작들처럼 여러 이야기를 시간순서 없이 보여주는데, 이미지로만 등장했던 장면은 후에 대사로 들려주기도 하고 배경의 사운드로 지나갔던 부분이 장면화되어 돌아오기도 하기 때문에 마냥 난해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최대한 집중해서 보면 이런 액자식이나 반복,순환하는 구조에서 종종 감탄사가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또한 빠른 템포로 공간들을 훑던 카메라 무빙에서 어느 순간 이야기가 전환되는 연출이 정말 압권입니다.
영화가 매우 길고 스펙타클하지도 않지만, 이번에도 여지없이 보여준 어나더 레벨의 연출력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장엄한 이미지들을 극장환경에서 체험하니 개운한 느낌도 분명 있었습니다.
이런 작품을 대자본을 들여 만들수 있는 역량도 그렇고, 감독(과 촬영감독)의 이름만으로 적지않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게 하는것에 놀라게 됩니다. 이또한 감독이 일궈낸 '성공'에서 기인하는 것이겠지만요.
#바르도 #바르도약간의진실을섞은거짓된연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