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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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은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기대하는 작품 중 하나였다. 물론 MCU의 팬인 내 입장에서는 당장 기다리고 있는 <토르: 러브 앤 썬더>나 <와칸다 포에버> 등의 영화도 기대가 되지만 그런 것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깊이감이 있는 기대감이라고나 할까. 그 이유는 누가 뭐래도 우리의 명장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 가장 컸고 '탕웨이'와 '박해일'의 절제된 연기 합이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헤어질 결심> 말고도 올해 기대했던, 혹은 기대하고 있는 작품은 많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까지의 국내 개봉작들은 아쉽기만 했다. 모든 영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접했던 기대작들은 그랬다. 실망스러웠다. 그래서인지 <헤어질 결심>에 품었던 기대감 또한 사실 조금은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무너지지 않았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오히려 그 이상의 감상을 내게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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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영화 해석에 자질이 부족하다. 아직 그 정도로 지성이 뛰어나지 않고 나의 소신대로 영화를 평가할 깜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조금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지나가는 상징들이나 갖가지 미쟝센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아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화가 마음에서 울림을 주면서 떠나지가 않았다.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면서도 말이다.

 

<탑건: 매버릭>이 비슷한 감정을 주었었다. 가슴 속에 뜨거운 감정으로 남아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여운을 주는 수작 중 하나였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이 준 감정은 그것과 결이 달랐다.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여운을 남기며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머리 속에서 스쳐지나갔다. 원래 영화를 N회차 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은 나지만 그렇게 2, 3회차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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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해석이라함은 주체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법이고 특히 영화 해석에 있어서는 명확한 정답이랄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에 모든 해석을 존중하는 바이다. 하지만 이 리뷰에 따로 디테일한 해석을 담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오롯이 감정과 감상만을 적고 싶었고 이 글을 보는 누군가도 타인과 자신의 해석에 얽메이지 않고 그 여운을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서론이 굉장히 길었는데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배운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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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이미 미쟝센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스스로도 느꼈지만 이번 작품에서 느낀 그의 역량은 정말이지 대단하고 놀라웠다. 이전작들과는 다른 기법과 연출은 신선하기도 하면서 감각적이고 아름다웠다. 어쩌면 이것이 영화의 메시지와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했다고 볼만큼 너무나도 황홀했다. 괜히 '박찬욱'을 배운 변태라고 부르는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대목이었다.

 

로맨스와 수사극을 적절히 배합한 이 영화의 장르는 각각의 장르가 고수하는 성격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물러나거나 압도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잡고 있다. 관객들은 생각한다. '이게 로맨스야 스릴러야..?' 그에 대한 대답은 할 수 없다. 둘 다 아니면서 둘 다 맞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은 그의 스킬들을 활용해 로맨스를 비틀고 수사극을 비틀어 결국 그 만의 장르를 창조해낸 수준이라고 보이니까. 장르를 초월한 장르다.

 


 

응시, 마침내,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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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수시로 눈을 보여준다. 시체의 눈은 물론, 죽은 생선의 눈, 사찰의 문을 지키는 조각상의 눈까지 관객들에게 비춰준다. 이것은 곧 이 영화가 눈 즉, 응시에서 시작한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시종일관 영화는 두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거나 한쪽이 한쪽을 바라보는 것으로 그 감정을 전달해낸다. 심지어는 시체의 눈에는 마지막 범인의 행적을 담고 있다거나 안약을 수시로 넣는 '해준'은 뭐든지 똑바로 보려고 한다는 말까지 내뱉는다. 이렇게 영화는 '응시'의 의미에 무게를 두고 진행된다고 보인다. 이 '응시'라함은 더 나아가 두 사람의 사랑 그 자체를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뭐든 방해꾼은 있기 마련이고 '응시'의 방해꾼은 '안개'이다. 주제곡처럼 등장하는 '안개'는 이포의 상징과도 같다. 똑바로 볼 수 없게 하고 마음을 알 수 없게 한다. 영화는 이렇듯 '안개'가 자욱하여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을 풀리지 않는 사건으로 반영시키고 동시에 '해준'과 '서래'의 관계에 있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한다. 그들은 이러한 불확신에서 나름대로의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희미한 서스펜스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붕괴하는 태산을 포용하는 깊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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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점은 산에서 바다로 점차 이동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서 이들이 사건 또는 관계로써 가지고 있던 끈을 풀어버리기도 한다. 달리 말해 차곡차곡 쌓은 높은 태산이 무너져 깊은 바다로 가라앉는 듯한 연출과 감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관객들도 이를 통해 단단하지만 아슬아슬하게 만들어졌던 감정이 한순간에 무너져 깊은 바다로 잠기는 감상을 하게 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상적인 씬으로 다가온다. 아슬아슬하고 불안하기도 하면서 아름답고 설레기도 하다. 이 영화는 감히 올해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박찬욱' 감독의 필모에 있어서도 훌륭한 수준의 걸작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보면 볼수록 그 의미가 축적되고 여운은 짙어지는 명작 중 하나이다.

 

이것은 비단 감독의 역량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박해일'과 '탕웨이'의 깊은 감정선과 절제된 연기력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눈빛만으로 그 깊은 감정을 표현해내고 익숙하지 않은 타국어로 인물이 지닌 스토리와 내면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다. 특히, '박해일'은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주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희열을 느끼게까지 한다.

 

★★★★★

5 / 5

 

'그 사이트'에서 업어온 리뷰 기록용입니다


profile 이지금

라라랜드 처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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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CalvinHarris 2022.08.17 20:02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ㅎㅎ
  • @CalvinHarris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이지금 2022.08.17 20:16
    감사합니다 :)
  • 리코리쉬피자 2022.08.17 20:02
    차가우면서 따뜻한 여운을 준다는게 공감되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 @리코리쉬피자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이지금 2022.08.17 20:16
    댓글 감사합니다 :)
  • profile
    AdAstra 2022.08.17 20:05
    박해일 배우님 정말 대단했어요.
  • @AdAstra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이지금 2022.08.17 20:17
    박해일 배우 진짜 연기 좋드라구요
  • 노란스머프 2022.08.17 20:14
    낼 아침에 조조로 다시 한 번 볼까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다녀와야 겠네요. 다시 볼 결심이 섰습니다.
  • @노란스머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이지금 2022.08.17 20:17
    진짜 언제봐도 먹먹한 영화에요ㅠㅠ
  • ㅇㅇ 2022.08.17 20:47
    N차 마렵게 하는 영화죠 ㅎㅎ 좋은 후기 잘읽었습니다
  • @ㅇㅇ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이지금 2022.08.17 20:50
    댓글 감사드립니다! :)
  • profile
    nekotoro 2022.08.19 06:26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려요~
    200만도 내심 기대했는데, 아쉽게 막을 내리는 분위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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