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박성웅 주연 영화인 라방을 무대인사로 봤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평은 엄청 불호였었지만(2023년 상반기 최악의 영화 1위) 그것과는 별개로 무대인사 파트가 굉장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때 감독과 여러 주연들이 나왔었는데 지금은 감독이 여성 감독인 것만빼면 거의 잊어먹었지만,
박성웅의 포스만은 지금도 기억납니다.
아, 책 들고 있든 아이를 들고 있든, 자신에겐 친근한 모습이라도 남들에겐 그것과 연관된 범죄자라는 유머 소재가 괜히 나온게 아니었구나 싶을 만큼, 올라가는 모습조차 무서워 쫄았습니다.
그래서 배우분의 눈을 보지 못한채 반대쪽으로 돌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흑역사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나마 상황이 최악이라거나 그런게 아닌 웃픈이어서 그런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왜 이런말을 왜 서론에 썼었냐면, 이 영화 '필사의 추격'을 보고서 이제 무대인사로 봐도 그런 느낌이자 경험 생기지 않을거라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필사의 추격은 상당히 글러먹은 남자 3인방의 추격을 코믹하게 다룬 이야기입니다.
먼저 유머는 그 걸캅스보다 최악이었습니다.
필사의 추격은 90% 코미디, 10% 액션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그 90% 코미디에서 신선한 코미디는 일절 없었습니다. 오히려 상하다 못해 상한 냄새가 극장에서 느껴지는 촌스러운 개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본 뒤로 최악이었던 개그들이 다 잊혀져서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배우 손종학의 OME스런 연기력(발연기를 뜻하는 게 아니라 일부로 연기하였습니다.)은 충격적이라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아 맨 인 블랙이 재개봉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게 웃으라는건지 이해 못하는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가령 땅(한국)에서 왔다며 집주인들이 거부하더니 아예 고기국수 가게에선 고기국수 시켰더니 고기는 뺀 사장님의 차별적인 태도를 유머라고 갖다 대거나 후술할 클라이막스에서 최종보스에게 불어대는 대사가 그러했습니다.
그나마 액션은 볼만했습니다. 후반부 빌딩에서 벌어지는 2명 대 다수의 격투는 주연 배우들을 다시 보게 되기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상적이다, 역대급은 절대 아니었고 그장면 외엔 액션이 거의 없어서(대략 분량 뽑자면 10분도 안되겠는데, 그 빌딩 격투가 절반을 차지합니다.) 지루해서 죽을 뻔했습니다. 후반부 40분쯤엔 아예 스스로 자려 생각을 그만뒀지만 늘봄가든 때 자버려서 안되버려 환장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장르만 실망적이지 않았습니다. 스토리와 캐릭터들도 최악이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여성의 독백으로 통해 이야기가 3명간의 추격이 메인이라는 것을 암시했지만 정작 일단 엮이는 건 중반부터이고, 제대로 엮이는 건 후반 30분에서야 됩니다. 그전엔 뭐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그놈의 유치한 개그들로 이뤄져있습니다.....
캐릭터들도 최악입니다. 곽시양이 연기한 경찰의 경우 착하지만 제압되었음에도 과한 폭력을 저지르는 악질 경찰임에도 요약하자면, '범죄자들은 악인이니깐 합법적이다'이라는 희대의 명분을 내세워 미화되는 경찰입니다. 3명 중에서 최종보스 위치에 맡은 주린팡의 경우 시작부터 잔혹하게 등장해서 그의 서사가 빼박 느껴졌고 결국 예상대로 흘러갔습니다. 사기꾼을 연기한 박성웅은, 3명 중에서 인지도가 높아 중반부터 서사 비롯한 분량이 많아졌지만 이것도 불호였습니다.
그밖의 조연들은 싸구려 영화임에도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나와 기겁했었습니다. 특히 성동일이 카메오로 나온 것이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영화를 인공호흡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정말...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사 중에 유일하게 기억나는게 있었습니다. 보트에서 벌어지는 최종보스전에서 과한 폭력에 경찰이 이래도 되냐는 최종보스의 질문에 경찰이 이렇게 답하였습니다. "경찰이니깐 된다."
과연 제작진은 현재 사회의 분위기를 알고 개봉을 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범죄자니깐 폭력이 답이다라는 주제를 그걸 믿는 몇몇 경찰로 죄없는 민간인이 피해를 입은 걸 생각하면 무책임한 대사는 편집되었어야 했었습니다.
늘봄가든 보단 5% 정도 낫습니다. 그러나 저거나 이거나 도긴개긴, 티켓 값 뿐만 아니라 1시간 50분도 가치가 있었다는 걸 알게 해주는 참혹하기 짝이없는 쓰레기이겠습니다.
*1: 어느 무코분에 따르면 해당 영화의 시사회 당시 3인방의 얼굴로 된 부채가 증정되었는데 진짜 최악이었습니다. 만약 언젠가 굿즈들을 무코에게 드린다 해도 받은 부채 2개는 폐기할 정도인데 주린팡 부채 보고 유치한 악역인줄 알았다 영화의 행적 보곤 어이가 터졌습니다.
*2: 그런데 무코분들 어떡하죠? 이제 곧 제주도 여행 가게 생겼는데 제주도 배경으로 있는 이딴 망작을 보게 될 줄이야..... 이번 여행은 안될거야 아마
*3: 내가 용기가 있다면 제목에 3인방의 스포일러를 쓰고 싶은데 그렇게 해서라도 영화 못 보게 만들고 싶어서... 희생하고 싶었다.
*4: 제작비가 자그마치 60억이라 하는데 저것보다 낮은 46억원 제작비 영화인 핸섬가이즈가 제작비 더 쓰인 것 같다는 게 함정.
*5: 이제 곧 배테랑 2이 개봉해서 그런데 배테랑 1편이랑 주제가 정반대입니다. 배테랑에선 범죄자일지라도 과한 폭력은 자제하자였는데, 정작 이건...
*6: 그나마 유일하게 좋은 점이 있었는데 하츄핑이 손익분기점인 50만 넘었다길래 볼까 말까 갈등했었는데 늘봄가든에 이어 이걸 보니 적어도 이딴 영화들 보단 나을 것 같아, 용기가 생겨 조만간 제주도에서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