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의 원천은 지나온 삶 그 자체이기에,
뒤를 돌아보는 것은 예술가가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
일본 만화가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던 교토 애니메이션 제1스튜다오 방화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더라구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방화 사건이면서,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창작자가 협박에 이어 살해까지 당한 사건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후지노가 상상을 통해 쿄모토의 미래를 다시 그림으로써 그녀를 살려내고자 한 마음을 표현한 것처럼,
일본 만화가들의 삶이나 다름없는 ‘만화’로 해당 사건을 재구성하여 헌정했다는 사실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한층 두텁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듯하네요.
보면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대사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흔히들 사람들은 작가가 끊임없이 상상력을 발휘해 온갖 에피소드와 사건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스토리를 창조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사실 정반대죠 주변 사람들이 작가에게 캐릭터와 사건을 제공한답니다
작가는 그저 잘 지켜보고 귀기울여 들으면서 스토리의 소재를 주변인들의 삶 속에서 찾아내는 거죠
작가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동시에 타인의 이야기를 듣죠
- 웨스 앤더슨,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