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는 발달장애인과 그들의 가족이 처한 현실을 여과없이 그려냅니다.
발달장애 판정을 받는 순간 겪는 좌절, 차원이 다른 육아의 어려움, 막대한 치료비를 포함한 경제적 압박 등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어쩔 수 없이 부모 모두 한 아이에게 신경쓰다 보니 다른 형제자매가 감정적으로 겪는 상대적 박탈감도 빼놓지 않습니다. 통합교육에서 발생하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짚어주는 장면은 관객에게도 과연 무엇이 최선일지 깊은 고민을 던집니다.
현실적인 이유와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의 시선도 이들을 힘들게 하지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점은 "나"라는 개인, 내 인생이 없어졌다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오로지 이 아이의 생존을 위해 내 24시간과 남은 인생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고 어쩌면 이 사회가 그렇게 하도록 강요하는 것만 같은 모습을 보면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고통과 더불어 많은 기쁨이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기쁨은 어쩌면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의 부모라면 결코 느끼지 못하거나 무심코 지나칠 행복임을 온기 어린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이와 더불어 장애 아이의 엄마가 자신의 삶도 다시 시작해 인생의 균형을 맞추는 모습은 뭉쿨하게 다가옵니다.
내가 몰랐던, 어쩌면 그동안 봤지만 외면했을지도 모르는 세계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