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 시작해서 작품마다 9년씩 텀을 두고 2013년에 끝을 맺은 ‘비포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
흔히들 사랑에는 배려와 희생이 따른다고 얘기한다
각자의 몫 대신 하나가 되는 사랑 앞에 점점 사라져가는 주체성을 마주하며 회의를 느낀다
그 동안 각자 나름의 노력과 희생을 한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영화는 다시 한번 ‘사랑’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런 모습도 여전히 사랑인가, 우리는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가.
영화는 순식간에 18년 전으로 돌아간다
플래시백 같은 유치한 방식이 아니라,
18년 전의 그들에게서 보았던 모습을 관객이 떠올리는 것이다
주체적인 여성이 되고 싶었던 ‘셀린느’와 그런 그녀를 갖고 싶었던 ‘제시’가 보인다
둘은 소유하려 하는 자와 소유되기 싫은 자였다
둘은 서로 만나면 안 될 성질인 것처럼 달랐지만, 동시에 서로 똑같은 것이 필요하기도 했다
둘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었고, 둘을 18년 간 연결한 매개체 역시 사랑이었다
그들은 ‘영원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이 생각한 영원한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이었다
하지만 지난 18년 간 둘은 변화하는 상황 속에 있었다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은 애초부터 그들의 몫이 아니었다
서로는 서로의 도화선이었으며, 언제든 불만 붙이면 타올랐다
사랑하면 안 될 수많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 할 단 한 가지 이유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