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손 인디토크를 다녀왔습니다.
기대도 했었지만 기대보다 더 좋은 잘 만든 영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기 전에는 대가족의 뻔한 갈등과 가부장제의 문제점을 예상했었는데,
막상 보고나니 우리나라 가족 안의 문제들 속에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영리하게 담아낸 훌륭한 영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아주 예전 TV문학관을 본 듯한 느낌도 났구요.(연식이 드러나네요^^;;; 물론 옛날 느낌이란 뜻은 전혀 아니고 그 정도로 작품성이 높게 느껴졌다는 표현입니다.)가족간의 관계를 통해 충분한 공감을 끌어내는 동시에 가족의 역사와 한국의 근현대사가 겹치는 미시사와 거시사의 동시조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선 소재면에서 우리나라의 제례와 상례문화를 너무나 잘 표현해서 놀라웠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해서 그 장면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담겼다고 할까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은 상여장면, 화재장면, 마지막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들은 내용적으로도 중요한 카테고리에 들어가지만 시각적인 면에서도 충분히 아름답고 상징적이었습니다.
특히 가족영화여서 그런지 배우들간의 앙상블과 케미가 무척 뛰어납니다.
가족의 코믹요소도 재밌었는데 특히 주사있는 아버지를 제압하는 엄마와 아들, 할머니의 케미는 대단할 정도였습니다. 겉으로는 코믹하지만 그 안에 쌓인 숨겨진 트라우마가 느껴져 웃기면서도 씁쓸하고 마음아픈 장면이기도 했구요.
그리고 화면 가득 한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가족 구성원들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고 와해되어 가는지를 풍경과 함께 지켜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장손>의 영어제목도 <House of the Seasons>더군요. 두 제목 모두 참 잘 지은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 안에 가부장제 문제나 젠더갈등(남매간), 세대갈등, 역사관 신념 갈등 등을 모두 포함되어 보여지는데 이것들이 너무 산만하거나 심란하지 않게 고스란히 스며들어서 보면서 충분히 공감하게 됩니다. 가족의 정체성, 와해와 갈등, 가족 개인적 트라우마 등이 역사와 시대적 상흔과 함께하면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켜켜히 쌓여왔는가를 보여주는데, 그 전개가 때로는 웃음이 나기도 하고 찡하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대입해 볼 수 있는 공감의 여지가 충분하여 생각할 부분도 많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특히 아름답기도 하지만 결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끝나고 GV 때 평론가님께서 감독님께 하신 질문들이나 감상이 모두 제가 궁금했던 부분들이어서 속이 좀 후련하기도 했네요^^
이 영화 추석 연휴에 본다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기를 처음 써보는 거라서 두서 없지만 추천하고 싶은 영화라 짧은 글 올립니다.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