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를 보고왔습니다.

 

영화의 프롤로그는 전편처럼 위장수사를 들어간 봉 형사가

대규모 불법도박장에서 위장을 들키면서 시작되는 한 바탕 소동입니다.

서도철이 속한 수사팀이 여전히 좌충우돌하며 열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고

이후의 이야기와 크게 관련 없으며, 현봉식의 특정 장기가 심각한 손상을 입으며 끝납니다.

 

프롤로그를 마치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자경단 행세를 하며 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고 평가되는 범죄자들이 연달아 살해되고

'해치'라 불리는 가상 인물이 이 일을 벌였다는 인터넷 여론이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서도철의 팀은 이를 연쇄살인으로 보지만 경찰 수뇌부는 개별적인 모방범죄로 보며 축소하기 바쁘고요.

와중에 전편에선 경찰을 찔렀고 이후엔 임산부를 몸싸움 과정에서 밀쳐 살해한 깡패 전석우가

과실과 심신상실 상태를 인정받아 가벼운 형을 마치고 출소하저 넷에선 '해치'에게 그를 죽여달란 요구가 빗발칩니다.

한편 전직 기자이자 대형 사이버렉카인 '정의부장TV'엔 자신을 '해치'라 밝힌 인물이 접선을 해옵니다.

 

재벌이란 권력의 최상층 존재를 상정하고 단순명료하고 호쾌하게 진행한 전편과 달리

이번 속편은 더 어두운 내용을 조금 더 복잡한 형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몇 겹의 결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잡한 구조는 물론이고 서도철이 상대하는 범죄의 양상도 복잡합니다.

 

일단 서사 구조 면에서 보자면 '해치'를 중심으로 영화는 여러개의 선을 동시에 그어갑니다.

사실은 내부자로서 자신의 범죄를 구상하고 정체는 감추려는 진짜 해치

그런 해치가 자신의 범죄를 위해 이용해먹는 일종의 꼭두각시인 가짜 해치

해치의 존재에 열광하는 인터넷 여론과 거시서 파생된 또다른 가짜 해치

서도철의 아들이 연루된 학교 폭력과 가정문제, 상담사 아내가 보호하는 국제결혼 여성

그리고 경찰 내부의 알력까지 정말 많은 정보들이 쏟아지는데 모두가 서사의 구조에 일조합니다.

 

막판에는 어떻게든 정리가 되기는 합니다만, 

전편처럼 앞부분만 봐도 결말이 어찌 이어질지 답 나오는 경쾌한 서사를 기대했다면 호오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조금 가지를 쳐내도 좋지 않았을가 생각하면서도 큰 무리수 없이 마감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속편의 보다 논란적인 지점은 이야기의 복잡성 보다는 안타고니스트 '해치'란 캐릭터와 관련된 복잡성입니다.

 

'해치'는 (아마도) 고기능 소시오패스로서 뒤틀린 정의감에 가까운 동기로 움직이는 듯 보입니다.

안보현이 연기한 가짜 해치에겐 사적 복수라는 구체적인 사연과 동기가 있지만,

진짜 '해치'와 관련해선 그가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어떤 설명도 덧붙이지 않음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가 하는 행위는 지금도 수 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망상의 실현입니다.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진은 악인이 법망을 교묘히 피해 처벌을 피하거나 약한 벌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며

대부분은 한 번쯤 했을 생각 말입니다. '어휴, 저런 놈 누가 확 어떻게 해버렸으면 시원하겠네.'

 

극중에서 실재로 주인공 서도철은 이와 비슷한 말을 무심하게 흘리고 막판에 이것이 약점으로 잡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이상하거나 나쁜 게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감정을 생각을 품는 건 인간으로서 자연스런 분노니까요.

그것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순간에서 우리의 이성과 도덕은 제 역할을 하기 마련입니다.

(세상에 나쁜 살인 좋은 살인이 따로 있어?!)

 

하지만 '해치'에겐 대부분이 갖고 있을 이러한 리미트가 없어요 진짜로 철저히 실행에 옮기는 인물이죠.

여기서 한 가지 분기가 생깁니다. '내'가 실행을 하는 것에는 모두가 거부감이 생깁니다.

하지만 '타인'이 대신 그런 분노를 실행한다면? 이때 상당한 수는 쾌감을 느끼고 응원을 보냅니다.

얼마 전 '쯔양'과 관련한 렉카들이 한창 정의놀음을 하던 시절 열광하던 사람들 처럼 말이죠.

다만 여기엔 하나의 안전장치가 있이죠 그들의 진의나 방식이 여전히 정의로울 것이란 믿음 말입니다.

'쯔양 협박' 사건에서 이런 안전장치가 없음이 확인되자 대중은 렉카들을 향해 손가락의 방향을 돌렸고

이러한 과정 모두가 또한 매우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양상일 겁니다.

 

류승완은 이러한 이슈들을 가져와 '해치'에게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렉카들의 모습에 덧입혀요.

저는 이런 주제를 [베테랑]이라는 극에 가져온 감독의 과감함에 또한

끝까지 균형감을 잃지 않고 다루려는 노력을 놓지 않은 끈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적어도 류승완은 그리고 서도철은 대의를 잃지 않고 이야기의 끝까지 나아갑니다.

다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아마도 미묘한 불편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자경단은 마스크를 쓴 슈퍼히어로의 모습일 때는 몰라도 이렇게 현실적 고민들과 사건들의 모습으로 나타나면

쉽사리 수용할 수 없는 존재임에도 영화의 곳곳에서 해치의 행동에 공감하거나 과거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된단 말이죠.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수단만 피해간다면 이 논쟁은 더더욱 미묘한 선을 타게 될 겁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적어도 극적 명료성을 위해 감독은 살인이란 수단과 해치의 폭력성을 부각시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시도도 그리고 결과물도 상당히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지만

[베테랑]이라는 전작의 속편을 보기 위해 온 관객들이 기대하는 지점은 아닐 수 있다는 거죠.

 

류승완 작품을 논할 적에 빠질 수 없는 액션 연출 부분에 있어선

지금까지 나왔던 어느 작품들 보다 화려하고 매끈하며 밀도가 높습니다.

액션 장면이 자주 나오지는 않는데 매번 제대로 점수를 냅니다.

특히 남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파쿠르 액션 부분에선 군중 통제까지 겹쳐져

난이도가 매우 높았을 상황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

 

렉카라는 존재들이 전면에 그려지는데 이쪽 세계가 막 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한 순간에 몰락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시장이죠.

덕분에 개봉을 준비하면서도 감독과 제작진들은 내심 고민이 있었을 것도 같습니다.

각본에서 시작해 최종 결과물이 나오는 몇 년의 사이에도 세상이 확확 빠뀌고 있었으니까요.

극 초반에 렉카 스트리머 역할로 계속 얼굴을 내미는 코미디언 출신 유튜버가 속한 팀은

선을 잘못 탄 설화 덕분에 자신들이 풍자하던 퀴즈쇼 제목처럼 나락을 갔다왔고

또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의부장TV' 캐릭터의 모델이 되었을 기자출신 유튜버는

스스로 벌린 악행의 무게에 못 이겨 셀프로 세상을 하직하기도 했으니 말이죠.

 

++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쿠키가 하나 있습니다만... 굳이 안 봐도 됩니다.

물론 3편이 나온다면 이 쿠키가 제대로 활용될 것 같긴 합니다만.

설마... 쿠키에 깜짝등장한 배우분이 3편의 악역?

 


클랜시

글쓰고 영화보는 인생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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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고스트라이더 2024.09.13 19:10
    깜짝 등장한 배우가 누군가요?
  • @고스트라이더님에게 보내는 답글
    클랜시 2024.09.13 19:13
    허준호 배우가 경찰 고위직으로 잠깐 등장합니다.
  • @클랜시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고스트라이더 2024.09.13 19:13
    경찰을 또 빌런으로 써먹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겠죠?
  • movin 2024.09.13 20:12

    영화도 아주 잘 나왔고 쿠키도 놓치면 안타깝죠.
    배우도 배우지만 1편 만큼 명대사가 나오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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