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4_093640.jpg

 

개인적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베테랑2>가 <범죄도시4>보다 재미 없었습니다. 일단 전편의 개성을 상실한데다가 이런 류의 이야기는 이제 컨텐츠의 홍수 시대에 살고있는 현시점에서 더이상 새로울게 없네요. 최근 제작된 OTT 시리즈 <비질란테>, <노 웨이 아웃:더 룰렛>에서 다루었던 설정과 이야기의 재탕에, 전편부터 시작해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와일드 카드>, <공공의 적> 등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의 형사물까지 고루 연상시키는데 한마디로 현시대의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감성과 작법은 올드합니다.

 

시원시원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액션에 땀내 나는 캐릭터들의 앙상블, 열혈 형사와 골때리는 빌런의 팽팽한 대결 구도, 그리고 위트있는 사회 풍자가 적절히 배합된 전편의 호쾌한 매력은 사라지고 정의와 심판의 윤리적 개념, 현세대 미디어에 대한 비판 등 하고싶은 말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톤 앤 매너가 전반적으로 촥 가라앉고 무거워진 느낌인데 그렇다고 메시지가 진득하고 깊이있게 전달되는 것도 아니며 산만한 인상마저 줍니다. 전편을 오마주한 장면과 대사들은 물론이고 간혹 소소하게 던지는 유머조차 도무지 웃기질 않습니다. 몇몇 연출은 촌스럽기까지 하고 쿠키 영상은 없느니만 못합니다.

 

UFC를 연상시키는 하드코어하고 현란한 액션씬들이 내러티브와는 별개로 손에 땀을 쥐는 볼거리를 제공하며 아드레날린이 샘솟게 만들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각본이 총체적 난국입니다. 스포할 요소도 딱히 없을 만큼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부재한데다 내러티브 또한 단선적이고 진부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었어야 할 빌런의 서사가 지나치게 생략되어 있어 형사 vs 빌런의 대결 구도가 전편만큼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지 않습니다. 조연급 형사들의 활약도 딱히 새로울게 없고 오히려 전편보다 미비하여 속편이랍시고 그냥 의리로 출연한 것 같은 느낌만 듭니다. 솔직히 이 정도 각본은 시나리오 창작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 조차 전편을 감상했다면 충분히 써낼 수 있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개별 작품이 증명하듯 이런 류의 영화는 빌런의 존재감이 성패를 좌우하는데 영화 내내 유아인이 그리웠습니다. 정해인 같은 이미지의 배우를 범죄 영화의 빌런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관객으로 하여금 납득이 갈만한 서사의 빌드업이 필수인데 전편의 조태오는 둘째치고 마동석이 원맨쇼 하다시피 한 <범죄도시> 3, 4편의 빌런들보다도 존재감이 빈약합니다. 최소한 그들은 나쁜 놈이라는 인식은 들었으니까요. 전편에서 철 없고 야비하게만 보여 얄밉기가 그지 없던 빌런이 선보인 의외의 싸움 실력 때문에 "저 새끼 싸움 존나 잘해"라는 대사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클라이맥스의 임팩트도 이 영화에서는 실종되었습니다.

 

<범죄도시2>가 전편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고 현재까지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손석구가 맡았던 강해상의 존재감이 전편의 장첸 못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그러한 맥락에서 <베테랑2>는 향후 시리즈의 지속 여부가 전혀 기대되질 않는 이벤트성 속편이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삐걱거리기도 하고 비판도 받긴 하지만 고유의 클리셰를 양산할 정도로 자기 공식과 개성을 우직하게 따르는 점, 철저하게 무거운 범죄 실화를 기반으로 내러티브를 재구성하면서도 관객들이 기대한 만큼의 가볍고 익숙한 재미 포인트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대중영화로서 <범죄도시> 시리즈의 지속적인 성공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영화 인력들이 OTT라는 플랫폼에서 길고 여유로운 호흡으로 양질의 컨텐츠를 완성해내고 관객은 그것을 손쉽게 접하고 즐기기 충분한 이 시대에 이런 무색무취한 2시간 짜리 범죄물, 형사물이 더이상 어떠한 메리트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P.S 류승완 감독 영화 중 쌈마이 액션과 와일드한 감성에 전율과 페이소스를 느끼게 했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능가하는 영화는 아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별점 및 한줄평:

●●(2/5) <범죄도시> 시리즈의 승승장구가 부러웠던 것일까?


발없는새

 

♡My Favorite Artists♡

찰리 채플린, 왕가위, 장이머우, 마틴 스콜세지, 샘 멘데스, 크리스토퍼 놀란, 로버트 드니로, 양조위...

Atachment
첨부 '1'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2)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profile
    스포일러 6시간 전
    저도 재밌게는 봤지만 서도철 외 주변 동료들이 초반 오프닝 빼곤 미비해서 아쉽더라구요. 그 외 단점들도 공감이 갑니다. 잘 봤습니다~
  • @스포일러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6시간 전
    전 솔직히 오프닝의 연출도 좀 촌스럽게 느껴져서 시작부터 갸우뚱했네요ㅋㅋ
  • profile
    엔드게임 5시간 전
    저는 무척 재밌게 보고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써주신 내용들에 대부분 공감갑니다. 액션이나 연출의 쫄깃함 같은 장점이 조금만 더 극대화가 되었다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
  • @엔드게임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5시간 전
    어우 보는 내가 다 아플 정도로 류승완 감독이 액션씬 하나는 현실감 넘치게 잘 찍긴 하죠 ㅎㅎ
  • profile
    첨밀밀 5시간 전
    1편처럼 그대로 나왔으면 그것대로 범도랑 비슷하다고 욕먹었을 듯 싶고,
    저는 범죄자의 서사가 부재하다고 해도 상관 없는 영화였다는 생각입니다만, 작성자분의 의견도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됩니다.

    아 그리고 GV에서 2편이 흥행한다면 3편에서는 해치의 서사를 다룬다고는 했었어요!
  • @첨밀밀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5시간 전
    그것도 빌런이 영화 내에서 꽤 매력적이어야 비포 앤 애프터가 궁금할텐데 안타깝게도 궁금증이 하나도 안 생기고 그러한 맥락에서 쿠키도 참 뜬금 없었네요..
  • profile
    뿌니 5시간 전
    저도 범죄도시4가 더 재밌었네요
    빤할지언정 통쾌하고 시원한 권선징악이란 정체성을 잘 유지해나가면서 시리즈 특유의 맥 또한 잃지 않았던 것 같아요
  • @뿌니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5시간 전
    진심 보기 전까지는 <범죄도시4>보다 못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ㅜ
  • profile
    OvO 5시간 전
    형사물로써의 범죄도시 1.2는 왠만한 작품으로는 넘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석도가 분명 압도적임에도 묻히지 않고 주인공만큼 혹은 이상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빌런이 쉽게 나오질 않네요
  • @OvO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5시간 전
    그래서 각본이 더 중요한데 1편에서 유아인이라는 배우에게 날개를 달아준 각본이 2편에서는 영 힘을 못쓰네요 정해인은 분명 이미지만으로도 승부를 볼 수 있는 빌런이 아닌데..
  • movin 4시간 전

    확실히 전편과는 다른 결이고 단순한 사이다만 기대한다면 그런 느낌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갔음에도 여전히 잘 만든 작품이고 범죄도시랑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몇 걸음 앞으로 나간 영화죠.
    범죄도시는 2편까지는 괜찮지만 아무리 잘 봐줘도 4편은 기본도 없이 너무 막 만드는 느낌인데요.
    비교 자체가 민망하죠.

  • @movin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3시간 전
    결과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헐겁고 평면적이며 개성도 매력도 없어요
    전편과 차별화 하기 위해 애쓴 점도 알겠고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반영하며 케케묵은 질문을 던지는 것도 이해하겠는데 근데 이정도 이야기 밖에 못 만들었다고? 이게 최선인가? 그닥 좋게 평가하지 않았던 <그녀가 죽었다>의 내러티브가 차라리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범죄도시>와 비교 자체가 민망하다고 하셨는데, 제가 볼때는 다른 결을 가진 그 시리즈와 자연스레 비교된다는거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못 만들었어요
    또 달리 비교를 하자면 비슷한 소재와 결의 OTT 시리즈 <노 웨이 아웃>의 이야기가 훨씬 탄탄하고 사회 풍자극으로서의 기능과 재미도 탁월했습니다..
  • profile
    고스트라이더 2시간 전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제일 아쉬웠던 것이 OTT 드라마에서 본 내용을 돈 주고 또 극장에서 봐야하는 피로감...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463979 96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44] file Bob 2022.09.18 474396 144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5] file admin 2022.08.18 808598 204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6] admin 2022.08.17 555856 150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6] admin 2022.08.16 1215617 143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420980 173
더보기
칼럼 <스픽 노 이블> 악이 번식하는 사악한 방법 [7] file 카시모프 2024.09.12 1582 12
칼럼 Star Wars가 재미 없는 이유 [38] file 5kids2feed 2024.09.10 4951 4
불판 9월 13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8] update 너의영화는 2024.09.12 8475 23
불판 9월 12일 (목) 선착순 이벤트 불판 [43] 더오피스 2024.09.11 14282 36
이벤트 영화 <줄리엣, 네이키드> GV시사회 초대 이벤트 [23] updatefile 마노 파트너 2024.09.09 4955 29
영화잡담 (스포) 베테랑2 눈에 상당히 거슬렸던 점 [1] new
16:04 126 1
후기/리뷰 <베테랑2> 1편 안본눈으로 본 후기 (약 스포) [6] newfile
image
15:51 232 2
후기/리뷰 트포원 프리미어 간단후기 [4] new
15:45 209 1
영화잡담 베테랑2는 군함도 정도의 성적을 빋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11] new
15:39 412 3
영화관정보 일산 cgv 아이맥스 그랜드오픈일 나왔네요 newfile
image
15:38 164 1
영화잡담 cgv소년시절의너 서쿠 날린거겠죠? [8] new
15:35 340 1
영화잡담 (스포) 베테랑2 좋았던 순간, 아쉬운 순간 [1] new
15:31 114 3
영화정보 <베테랑2> 100만 돌파 영상 [3] newfile
image
15:24 360 5
영화정보 <베테랑2> 100만 돌파 new
15:20 209 2
영화잡담 배우들을 위해서 넘었으면 좋겠습니다. [1] newfile
image
15:09 439 4
영화관잡담 imax 어떤가요? [5] new
14:48 320 1
후기/리뷰 [스포]베테랑2 - 상당히 아쉽더라구요. [7] new
14:44 339 2
영화잡담 베테랑2 볼려 했는데 평이.... [23] newfile
image
14:39 949 7
후기/리뷰 베테랑2 TTT [2] newfile
image
14:29 303 4
영화잡담 로봇드림 상영회 군자 열렸어요 [2] new
14:18 329 0
영화정보 2024년 추석 특선 영화 편성 [3] newfile
image
14:07 384 3
후기/리뷰 [스포]룩백 - 뭐 하다 만거 같기는 한데 [4] new
14:06 316 2
후기/리뷰 여름날 우리 극극호 후기(스포) [1] new
14:04 174 1
영화잡담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걸까요 [11] new
13:53 720 5
영화잡담 혐오?)데드풀3 합성은 이런식으로 되었군요 new
13:47 442 1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