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시그네>는 작년 개봉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와 같은 노르웨이 영화이고 제작사도 같다고 합니다. 사누최가 예술영화 군에서는 꽤 흥행했던 만큼 시그네의 홍보에도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대담한 성격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공통점이 있어 아무래도 두 영화를 비교하며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상당수의 해외평에도 함께 언급되는 모양새가 보이기도 합니다.
제 의견은 사누최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추천할 만한 작품이지만, 한편으로 소재나 분위기가 매우 다르기에 시그네도 반드시 만족스러울 거란 확신까지 들기는 좀 어렵습니다.
사누최의 ‘율리에’가 자신이 갈구하는 연애와 사랑을 얻기 위해 애쓴다면, ‘시그네’는 주변 사람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계속해서 받고 싶어하는 주인공입니다. 사누최에서 보여주는 연애와 이별의 장면들은 저에게 어느정도 공감으로 다가왔지만, 시그네의 성격이나 영화 안에서 벌이는 행동들은 전반적으로 과하게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캐릭터 자체를 처음부터 한쪽으로 잘 설정해둔 덕에, 관조적으로 인물을 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이해나 동정심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 마냥 풍자적인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비주얼적인 요소들도 아주 볼만했는데, 특히 고퀄리티의 특수분장을 내내 유지한 것과 후반부로 갈수록 외형의 변화와 효과에 공들인 솜씨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거기에 시그네의 망상과 현실을 속도감있게 교차한 편집은 영화가 느슨해지지 않게 잘 붙잡는 역할을 해주었고, 정도만 다를 뿐 시그네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연인과의 티키타카도 훌륭한 재미 요소였습니다.
전체적인 감상은 사누최보다 두어 계단쯤 아래이긴 했지만, 이런 똘끼있는 영화도 저와 잘 맞는것 같습니다. 같이 기대반 걱정반으로 관람한 지인도 다행히 아주 좋았다고 하네요.
사누최와 시그네 둘다 주인공이 흔히 볼수있는 캐릭터가 아닌지라 보기에 따라서는 거부감이 생길수도 있겠지만, 주인공 한명의 행동에 어떤 잣대를 가지고 바라보기보다 주변 인물들에게서 오는 영향과 거기서 파생되는 이야기들을 넓게 지켜보면 좀더 재밌게 볼수 있는 영화가 될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영화를 보시게되면.. 시그네가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할때 옷에 써있는 문구를 꼭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 문구에서 감독 또한 시그네 못지않게 영화로 관심받고 싶어하는 야망?이 느껴져서 보면서 속으로 빵터졌습니다 ㅎㅎ
#해시태그시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