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러닝타임이지만 불같은 블란쳇의 연기에 시종일관 휘둘리며 본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엔딩으로 갈수록 그 파괴적인 에너지가 점점 절정을 향해가는 구도에 배우의 폭발력덕이 더해져서
순삭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클래식이나 작곡가, 그리고 지휘자에 대해 어느정도 아신다면 더 재밌을 영화입니다.
초반의 강연에서 지나가는 지휘자들의 일화들이나 영화전체에서 종종나오는 말러의 작품세계와 그의 열렬한 팬이었던 레너드 번스타인이나 말러의 아내 알마의 이야기들을 알고 보신다면 더 풍부한 감상이 될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뉴욕필에서의 업적을 주로 소개해서 배경이 미국인가 했는데 콘서트 마스터이자 배우자로 니나 호스가 나오는걸 보고 나서야 주 무대가 독일 베를린 필인걸 알았네요.
자국에서만 배우 활동을 하나 니나 호스덕에 로컬을 알게되는 경험을 하는 것도 좀 신기했습니다.
중간에 바흐에 대한 젠더적 쟁점에서 그렇게 평가가 되기도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영화 자체가 톱클라스의 마에스트라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어서인지 흥미로우면서도 낯선 구석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신기한게 오프닝이 타이틀롤이라 꽤 오랬동안 크래딧이 올라가는 것도 특이했습니다. 아 그리고 지옥의 묵시록에 대한 짧은 언급은 좀 충격적이더군요.....
원맨쇼라고 할정도로 다채로운 광기와 서늘함을 보여주는 블란쳇의 연기가 압도적인 영화였습니다.
큰 문제가 아닌 여러 조각들이 뭉쳐서 종극으로 흘러가는 구조적 장치도 볼만했습니다. 단지 이해가 안가는 몇몇 내용적 단서가 좀 아쉽게 느껴지긴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재밌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