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뚝방전설'은 고등시절, 스스로를 '노타치'라 부르며 유쾌하게 지내던 양아치 삼인방이 어느 날 자기들이 살던 고향을 빼앗으려는 조직보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맞붙게 된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굳이 연기가 좋다는 걸 홍보해야 하는건가?'라는 생각이 납득할 정도로 주연 3인방의 연기력은 엉망진창이며 단순한 장르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마치 퍼즐 조각들을 엇갈리게 꽂는 것마냥- 형편없는 영화 편집에 의해 그나마 있는 몰입감도 없게 하는 등 완성도가 심각하기 짝이 없지만 그럼에도 도저히 망작이라 평할수가 없는 이유는 두가지 장점, 유지태의 연기와 역설적인 연출이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이동진이 이 영화를 5점 만점에 3.5점을 평하면서 조폭 자체를 보여준 유지태의 연기를 극찬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조폭들을 완벽하게 연기한 배우(박성웅, 이범수, 김희원)들이 많아졌고 하다못해 요즘들어 범죄자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스스로 마약한 배우까지 등장한 촌극에 '지금 보면 감흥이 생길려나?'라는 얕은 생각을 해왔는데 영화를 보고서 그 생각을 후려치게 되었습니다.
스토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적은 분량(정리하자면 카메오<유지태<조연)으로 인해 캐릭터의 개성은 평면적임에도 너무 과장된 연기를 보여줘 비호감을 안 가질수가 없는 주연들과 다르게 잔인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과장된 연기는 커녕 평범하게, 그러나 일상에선 느껴지지 않는 살벌함을 보여주는 유지태의 연기력이 경이로웠습니다. 유지태가 악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올드보이가 생각나실 분들이 있으실텐데 신기하게도 비현실적인 위치를 가지면서도 현실적인 목적을 가진다는 점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있음에도 보는 맛은 꽤나 달랐습니다. 특히 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술병씬은 영화내의 명장면이면서도 유지태의 인생연기였습니다.
두번째로 혹평했음에도 뽑은 연출의 경우 일반적인 상황에선 매우 평범합니다. 그러나 주연 3인방 소개 후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중반부터 매치 컷(한 사물이나 인물의 동작만 일치하게 함으로써 하나의 씬과 다른 씬을 연결하는 연출 기법)같은 화면 전환을 많이 사용하는데 유지태의 연기만큼이나 좋았는데 이를 가지고 단순히 배경이나 시간을 바꾸는것뿐만 아니라 분위기 전환이나 떡밥 회수 등 흥미를 가지게 만드는 장치로서 대단히 잘쓰였습니다. 다만, 떡밥 회수의 경우 그로 인해 전개의 흐름이 엉망으로 되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의외로 흑백 시퀀스도 은근히 나오는데 이 역시 볼만했습니다. 흑백 연출의 진가를 보여줬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제작진들이 참여했나 싶을 정도로 흑백 연출의 장점을 잘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주연들이 -흑백 씬에 참여한 것만 빼면-등장하면 볼게 없으나 등장하지 않는 순간 이 영화의 진가가 나오게 되는 것 입니다. 만약 현재 한국 영화의 특징 처럼 (물론 주연 중에 한명은 바꾸는 것까지 해서)연기력이 준수하기만이라도 했으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지는 몰라도 그들에겐 좋은 영화로 기억될 것 입니다.
별점: 3/5
한줄평: 한번 봤을땐 형편없는데 두번 볼때부턴 이상하게 맛이 나는 이상하고 이상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