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칸> 2023 . 드라마/로맨스
러시아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는 핀란드 유학생인
라우라는 고대 암각화를 보기 위해 *무르만스크행 기차를
타게 되고, 2등석 같은 칸을 쓰게 된 료하라는
러시아 남자를 만난다.
*(러시아 최북단, 핀란드 인접지역)
인상이 강렬한 이 사내는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접이식 컵을 펼치고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걸로 봐선,
여기저기 떠도는 게 익숙한 듯 보인다.
아직은 낯설고 데면데면한 분위기 속에서
술이 오른 료하는 라우라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고,
핀란드어로 이걸 뭐라고 하느냐느니 하면서
주정을 부리다 '몸 팔러 가냐? 아랫도리?'라며
무례함을 보이고- 라우라에게 한대 크게 맞는다. ㅋㅋ
고꾸라진 그를 두고 짐을 싸서 나온 라우라는
다른 칸으로 옮기려고 하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고,
그 남자가 있는 칸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다음 역에서 내리지만-
다음 기차를 기다릴 수 없어 다시 올라탄다.
시작부터 좋지 않은 인상으로 마주한 두 남녀는
목적지까지 그 불편한 동행을 이어가게 되는데-
말은 험하게 하지만 술이 깼을 땐 러시안 꼬맹이에게
라우라의 침대에서 내려오라며 예의 있게 행동하라고
타이르는 료하.
그는 그냥 막돼먹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 뒤로 괜히 라우라에게 무슨 일을 하고
무르만스크에는 왜 가냐는 등 자기가 실수한 것에
대한 약간의 미안함을 느끼듯 계속 말을 걸고,
고고학을 전공하는 학생이고 암각화를 보러간다는
라우라의 말에
“암각화?? 그게 뭔데? 아 그깟 돌을 보려고
기차를 탔어?” 라며 자신은 채석장 노동자고
‘나도 사업을 할거다’ 라고 허세를 부리지만,
그 뒤로 조금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같은 ‘돌’이라도 다르게 보는 그의 시각이
라우라와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모습을
잘 드러내는 부분 같음. ㅎ
어느새 라우라는 어딘가 결핍되어 보이고,
상처가 있어 보이는 그런 료하의 어린아이 같은
감정 표현들- 자기와 다른 환경에서 지내온 것 같은
거친 행동들이 궁금하고 흥미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우연히 같은 공간 안에서 지내게 된 두 남녀의
모습이 묘한 긴장과 재미를 준다.
영화는 이런 두 사람의 대화와 모습을 통해서
'외로움' 과 '공허함' 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관계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무언가 불안해 보이지만, 한구석으론 따뜻함을 가진 료하-
친구도 많고 애인도 있지만, 또 다른 외로움을 느끼는 라우라.
정적이고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많은 게
이루어지지만 둘의 관계적인 발전과 심리적인
변화가 꽤 몰입도 있었다.
그 둘이 모습을 과하지 않은 연출로
여운 있게 담아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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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엔딩이 참 마음에 들었고,
둘의 관계적인 부분이 너무 극적 신파나
휘몰아치는 것이 없이 점점 녹아들어가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여운이 꽤 남는 영화였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