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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이력 속에서 두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하나는 최초로 주인공의 이름을 타이틀에 달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 세계의 실제로 일어난 재난을 작품 내에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다른 작품보다 더 2011년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을 전제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일본은 도호쿠(동북) 지방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그로 인해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막대한 물적, 인적 피해를 입었다. 사망자는 15,000명 이상이고 이 중 익사로 추정되는 사람만 14,000명이 넘는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또한 이 때 일어났다. 당시의 일본 사람들과, 재난 당사자들의 마음을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주인공인 스즈메는 도쿄의 북동쪽에 위치한 미야기현 출신으로 4살에 재난으로 어머니를 잃고 이모에게 거두어져 큐슈 미야자키현에서 성장한다. 미야기현은 동일본 대지진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입은 현이다. 큐슈에서 시작한 스즈메의 여정은 시코쿠 에히메, 간사이 효고현 고베, 도쿄, 그리고 출신지인 미야기현으로 이어진다. 일본 열도의 남서부에서 시작하여 일행인 소타의 고향 도쿄를 거쳐 동일본 대지진의 진원지로 향하는 여정으로, 작품 내에서도 지나가듯이 언급되지만 제각기 일본에서 큰 재난 피해를 입은 지역들이다.
 
 보통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재난의 원흉인 '미미즈'가 스즈메에게는 보인다. 이는 재난생존자들이 지닌 독특한 생의 감각으로 읽었다. 이를 염두에 두면 스즈메가 어찌하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재난을 막으려 하는지, 학교를 아무렇지 않게 빠지고 사회적 이해타산에 촉각을 세우지 않고 행동을 하는지 등이 다르게 보인다.
 
 폐허에서 문단속을 함으로써 재난을 막는다는 설정, 다시 말해 지금은 폐허가 된 곳에 살던 사람들의 생을 강렬히 떠올리는 것으로 문단속을 마무리하는 장면은 지극히 휴머니즘적이다.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 사람살이의 아이러니이다. 고통을 회피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고통을 겪었기에 타인이 그런 고통을 겪지 않길 바라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앞뒤 재지 않고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스즈메의 모습은 유리한 입지를 지키기 위해 이것저것 재며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기 일쑤인 스스로를 반성케 했다. 서로 돕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의 모습들을 더 조명하는 신카이 감독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번 작품은 '너의이름은', '날씨의아이'에 이어 2011년에 일본에서 일어난 재난을 위로하는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무려 세 작품에 걸쳐 조의문을 쓴 셈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조의문의 마침표를 찍은 그가 다음엔 이야기를 할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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