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운드는 그냥 대놓고
한국판 슬램덩크를 표방한 영화입니다.
실화라는 방패막이가 있긴 하지만,
캐릭터 설정부터 관계성,
경기를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 등
많은 부분에서 슬램덩크를 떠오르게 하지요.
하지만 이건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현존하는 모든 스포츠물은
슬램덩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문제는 이 기시감을 제외하고서라도,
영화가 긴장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캐릭터들의 관계도 표면적으로만 존재하고,
감정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또한 영화 내에서 나오는 모든 농구 경기 장면은
죄다 해설이 구구절절 늘어놔서,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입니다.
제일 문제점은, 그들이 어떻게 이겼는지는
전부 생략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잘 진행되다가, 갑자기 학교 선생이 튀어나와서
'이겼다!!!!'로 퉁치고 넘어가고
잘 진행되다가, 갑자기 또 학교 애들이 단체로
튀어나와서 '와아!!!!!'로 퉁치고 넘어갑니다.
두번까지는 넘어가 줄 수 있었는데,
제일 중요한 결승 경기에서
자막으로 그냥 '졌잘싸'라고 나오는 걸 보고,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농구 경기가 제일 중요한 영화에서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이겼는지,
결승에선 어떻게 패배했는지를
죄다 생략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봐야할까요?
퍼스트 슬램덩크는 과도한 플래시백으로
좀 짜증나는 구석은 있었어도,
손에 땀이 나게 하는 경기의 긴장감과 몰입도,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확실히 선사했습니다.
그런데, 리바운드는 그게 없습니다.
그냥 다 퉁치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슬램덩크는 승리로,
리바운드는 주제에 맞게 패배로
클라이막스가 형성되어 있으나
그건 그냥 주제고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다시 도전했다.
졌지만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승리를 차곡차곡 쌓아오다가
결승에서 어떻게, 얼마나 처절하게 패배 하였는가를.
상세히 보여줘야 ,역설적으로 그들이
얼마나 반짝였는가를 느낄 수 있죠.
그래야 패배했어도 감동이 생기는 거구요.
많은 분들이 '리바운드'가 '카운트'와
비슷한 결을 가진 영화라고 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카운트보다 못했습니다.
적어도 카운트는 허탈하지는 않았었거든요.
모든 것을 다 퉁치고 넘어가고,
막판에 '짠! 이 모든 건, 실화랍니다!' 하는데
지식채널e 보는 줄 알았습니다.
ㄴ 이거 저도 너무공감해요... 노래듣다가 후렴구생략하고 노래끝내는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