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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에 마리끌레르 영화제에서 상영해준 것을 계기로 작년 칸 영화제의 경쟁부문 상영리스트에 올랐던 키릴 세례브렌니코프 감독의 <차이콥스키의 아내 Жена Чайковского>를 드디어 보게되었습니다.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는 언제 개봉을 할까 하고 궁금했었던 작품인데 오프닝 크레딧을 보니 엣나인필름에서 수입을 한 작품이더라구요! 제가 일단 믿고보는 배급사 중 하나인 곳이기도 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일단 곧 한국에서도 볼 수도 있을 거라 기대가 됩니다.

 

 

 

 

 

1. 

 

사실 세레브렌니코프의 영화를 모두 본 것도 아니고 그의 작품 중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 <레토>만이 제가 접해본 그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러시아 음악사의 큰 획을 그린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가 동성애자로 알려졌다는 점만이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가지고 있던 배경지식이었습니다. 일부러 사전지식이 없는 그 상태 그대로 먼저 영화를 본 다음에, 그 뒤에 드는 생각과 의문점들을 조사하고 정리하면서 영화를 보는게 취향이라, 그렇게해서 제가 본 <차이콥스키의 아내>라는 작품은..... 감히 이런 평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세레브렌니코프의 작품이라기에 정말 색다른 시도를 한 작품이구나라고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레토>의 감독이란 걸 생각하고 보니 더 의외라고 느껴졌을 수도 있겠어요.

 

공산주의 사상의 발상지에서 소련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지만 서방세계의 락 음악을 동경하며 노래를 부르던 청년들의 이야기를 흑백의 밝은 영상미로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비현실적 광기를 내뿜으며 그려내던 연출이

 

이번엔 그 소련보다 더 오래전 시절인 러시아 제국의 어둡고 침침한(백열등이 막 발명되던 시대라 그때의 조명은 대부분이 촛불이었죠) 모스크바를 아이러니하게도 더더욱 음침하게 보이게 만드는 컬러영상으로 아주 정적이고 차분한 연출로 변화합니다.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기본적으로 시퀀스 하나하나가 대부분 롱테이크 시퀀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카메라가 아주 천천히 회전하며 주인공을 따라가는 방식, 혹은 카메라가 인물과 같이 어딘가를 걸어서 이동하는 방식, 심지어는 같은 롱테이크 씬 안에서도 시간의 경과를 암시하는 변화가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거대한 어떤 작품 하나를 1악장, 2악장, 3악장, 혹은 그 악장 내에서도 제시부와 전개부와 재현부로 나누어서 부분 하나하나를 롱테이크로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롱테이크 씬은 때때로 한 장소 안에서 일어나는 어느 짧은 순간을 잡아내는 장면에 더욱 더 깊게 집중하게 만들어서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만들기도하고,

 

긴 세월동안 여러 장소에서 일어나게 될 일을 한 컷에 담아내서 시간을 아주 빠르게 넘기게 만들기도 합니다. 완급조절이 유연한 작품.

 

 

 

 

2.

 

차이콥스키가 등장하긴 하지만, 이 영화은 오로지 주인공인 안토니나 밀류코바의 시점을 따라서 진행합니다. 차이콥스키의 명성이나 외적인 요소가 아니라 인간 차이콥스키를 보자마자 한눈에 사랑에 빠져 구애를 했던 안토니나, 하지만 그 사랑은 역사가 말해주듯 시작부터 실패한 사랑이었고, 일방적으로 그것을 강제로 이어나갔던 것에 가까웠습니다.

 

시작부터 그 사랑이 실패하게 된 이유는 그가 애초부터 여성에겐 사랑을 느끼지 않는 동성애자라서, 그리고 그를 향한 안토니나의 사랑이 너무나도 광적이라 남자를 시들게 만들 정도였다는 두가지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사실 좀 순화되어 성향(동성애와 이성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열고 가까워 질 수 있단 희망과 차이콥스키에게 유리해질 수 있는 결혼 조건덕분에 결혼을 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역사 속에선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더 심하게 안토니나가 거의 차이콥스키에게 광적으로 집착하여 결혼하지 않으면 자살하고 말겠다는 협박에 못이겨 차이콥스키가 결혼을 승낙했다고까지 하고 그런 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쳐 도피성 여행을 떠나면서 작곡한 <피렌체의 추억>은 이름과 달리 아주 격정적이고 우울하다고 할 정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토니나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안토니나의 입장에서 차이콥스키와의 결혼과 이혼의 과정을 겪으면서 느끼는 고통스러움과 미쳐가며 뒤죽박죽 섞이는 그녀의 내면을 보여줍니다.

 

절대 지켜낼 수 없는 결혼생활이란 걸 알면서도 서로에게 더욱 더 상처로만 남게 될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을 '차이콥스키의 아내'라고 주장하며 매달리는 안토니나와, 그런 그녀를 떼어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차이콥스키.

 

통상적으로 승자(혹은 더 큰 영향력을 쥐고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역사가 그려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실제로 알려진 일을 유명 작곡가가 아니라 그 상대방의 주관과 입장에서는 이렇게 바라봤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3. 

 

 

시대적 배경을 감안해서인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나오는 음악은 전부 클래식 음악이지만 거의 최후반부의 장면에선 유일하게 눈에 보여지는 시대의 모습과 다르게 아주 현대적인 음악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 부분을 저는 특히 완전 빠져들듯이 봤습니다ㅋㅋ

 

 

 

(+)

 

여러 나라의 합작 영화이긴 하다만, 여타 러시아 영화들처럼 이 영화엔 남성기가 노골적으로 자주 등장하기때문에 성적인 요소에 민감하신 분들은 관람에 주의를 좀 하시면 좋겠어요. 러시아 영화는 보여줄 땐 가차없이 담담하게 보여주는게 때때로 인상적이긴 하더라구요.

 

 

후기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했을 땐 정말 잘 쓰고 싶었는데 늦은 밤이 되니까 이게 쉽지가 않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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