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릴적 추억의 오락거리는 하나씩 있었던 법이다. 구슬치기나 오징어게임같은 추억의 놀이부터, 보글보글이나 갤러그 같은 오락실 게임은 어떤 형태로든 유년기의 재미를 담당했다. 그러나 우리가 성장하며 그런 유흥거리들도 그에 맞게 변화하기 마련, 내게 있어 슈퍼마리오 시리즈는 이미 중학교를 거칠때 내려놓았던 게임 시리즈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늘을 살아가던 나에게 과거를 상기시켜줄 기회가 찾아왔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영화의 개봉이었다. 게임 원작 영화들의 흥행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는걸 알았던 나였기에 이번에도 그리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보았다. 그러나 영화는 마리오를 처음 플레이했던 어린 게이머시절 내가 느꼈던 감정을고스란히 돌려주었다.
어쩌면 더욱 증폭된 감동일 수도 있다. 추억을 더욱 인상적이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사고는 어렸을때의 도트그래픽에서 잘 빠진 3D 그래픽으로, 좁디좁은 닌텐도의 화면에서 커다란 영화관의 화면으로 다시 접했을때의 감정을 더욱 북받치게 만들었다. 특히 마리오 특유의 효과음과 사운드 트랙이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함께 리믹스되어 다채로운 화면으로 전개되었을때의 감회는 픽사의 '라따뚜이'의 라따뚜이를 먹은 안톤이고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을 정도였다.
영화의 아쉬운점이 없었던것은 아니다. 마리오 시리즈중 하나인 '마리오카트'의 트랙 중 하나인 무지개 로드가 등장했을때 무지개 로드 전용 음악이 나오지 않거나 주 무대인 피치왕국과 쿠파성 외의 다른 월드들은 조명되지 않는다는 디테일은 순수한 팬심으로써의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영화는 우리에게 정확히 보여줄것만을 보여준다. 이말은 지금껏 마리오에게 있었던 숨겨진 고뇌 따위처럼 깊은것이 아닌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2시간 내의 로드맵에 충실한다. 마리오와 일행들이 항상 카트를타고 빠르게 움직이는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보여줄것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조금이라도 장황해질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개연성의 구멍은 향수와 화려함으로 메운채 신나게 달리는 롤러코스터와도 같다. 그 때문인지 나도 보면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불만은없었다. 마리오가 눈앞에서 살아 숨쉬고 맵들이 펼쳐지는것 만으로도 만족이 되어버리는, 마치 마술을 보는것과도 같았다. 마술쇼를 관람할때 관객들이 굳이 트릭을 파헤치지 않고 즐기는것과 같은 이치라고 표현하고싶다.
몇몇사람들은 꽤 유치한 영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어린왕자'와 같은 어른동화도, '판의미로'와 같은 깊은 판타지물도 아닌 그냥 '마리오'이다. 우리가 어렸을때 닌텐도로 마리오를 신나게 플레이하는것을 보고 어른들은 아마 '유치하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마리오는 변하지 않은채로 다시한번우리의 곁을 찾아와 주었다. 이를 즐겼던 어릴적 나와, 유치하다고 느끼는 지금의 나와의 차이를 실감하며 조금은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