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영화는 확실히 잘만들고 못만들고의 영역도 엄연히 존재하지만,
취향문제의 영역도 확실히 있음을 또 깨달았습니다.
제 친구도 드림을 보고나서 한숨을 푹쉬고, 주변에서도 추천을 그닥 하지 않으셔서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봤는데, 저는 은근 꿀잼이더군요 ㅋㅋㅋㅋ
제가 진짜 저질개그와 오글거리는거 정말 싫어하는데, 초반부에 아이유 말투랑 연기가 좀 오글거렸는데
그것도 계속 반복하니까 은근 잘어울리고 웃겼어요ㅋㅋ
일단 그 노숙자들이 개성이 전부 뚜렷하고 다양한 편이라,갑자기 버럭 소리지르는 것도 웃기고 개그 코드가 의외로 저랑 찰떡이었습니다
제가 이병헌감독의 스물?이라는 영화 개그코드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좋아서 그것도 의외였어요.
그리고 하나씩 결핍있고 나사풀린 오합지졸들 보면서 '영화 노팅힐'에서 휴그랜트의 이상한 친구들이 떠올랐어요
휴그랜트 친구들 보면 하나 같이 정상이 없거든요.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쳐서 휠체어 신세거나 뭔가 지능이 부족해보이거나 외형적으로 이상해보이거나 사회성이 떨어져보이거나 하는 사람들이 원탁에 모여서 누가 더 불행한지 내기 할때의 알 수 없는 짜릿함과 안도감이 저에게는 의미가 깊었거든요.
왜냐하면 사회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는 그들은 루저일 뿐인데, 좀 거시적으로 자연의 시선 혹은 우주의 시선으로 봤을 땐 그들은 루저도 위너도 아닌 그냥 똑같은 사람이자 자연의 일부이자 나중엔 흙으로 돌아갈 도교에서 말하는 도의 일부일 뿐이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다시 그들을 바라보면 갑자기 그들의 이상하고 황당해보이는 행동이나 말들이 사랑스러워 보이고 뭐 그럴 수도 있지. 그게 나쁘거나 틀린건 아니잖아? 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사람사이에 사회적 위치나 지위는 있을지언정 근원적으로 우열은 있을 수 없지. 우린 모두 도의 일부니까. "라는 생각까지 들어서 묘한 안도감을 느낀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영화 마지막에 winnie the pooh 관련된 장면이 나오는 것 보고 노팅힐 작가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도가사상을 염두해 뒀을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이 어느정도 들기도 했었습니다.
드림에서도 홈리스들 보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현실적으로 보면 사회적으로 봤을 땐 그들은 루저이고 무능력자들일 뿐이죠. 하지만 좀 더 거시적으로 봤을 땐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죠. 그냥 저는 이들이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하는 행동들이 웃기고 사랑스러워 보이기 까지 한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사회에 물들을 때로 물들은 사람인지라 실제 홈리스를 보면 그렇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일단 영화에선 그렇더라구요 ㅎㅎ
결론적으로는 영화는 일단 보고나서 판단하는게 맞는것 같고, 영화에 대한 평가에 옳고 그른건 없는 것 같습니다.
진짜 취향차이고 케바케의 영역인듯 해요 ㅎㅎ 어쨋든 드림을 처음에 약간 무시해서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재밌게 잘 보고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