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연출은 미쳤습니다. 현존하는 모든 마약을 빨고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몽환적이면서 현란하고 정신없다가도 어느새 나긋해지집니다. 시신경으로 마약 빤 기분입니다.
여기에 4dx효과까지 더해져 고층이나 활강 중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그 재미가 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가, 정확히는 카페베네 결말이 더더욱 아쉽습니다.
2번째이기에 처음에 느꼈던 허망함과 배반감은 사라지고 다음편에 대한 기대감이 솟아났습니다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안타까웠습니다.
이미 첫회차에서 실망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사람들이 저처럼 다시 극장에서 어크유를 찾을 일은 거의 없을테니까요.
개인적으론 프라울러의 등장을 다음편으로 넘기고 마일스의 귀환으로 끝을 맺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일스 귀환 - 그웬 귀환 및 아버지랑 화해 - 마일스 엄마와 재회 - 그웬 팀 결성 - THE END.
그리고 쿠키에서 마일스랑 프라울러 대면.
이러면 2편의 기승전결도 완벽해지고 3편에 대한 호기심도 증폭시킬 수 있었을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말 좋은 작품이고, 그만큼 너무 아쉬워서 별의별 생각을 다해보네요.
또한 개인적으로 스토리에 아쉬운 점이 하나 더 있는데, 마일스를 제외한 다른 모든 스파이더맨들이 운명에 순응적이라는 점입니다.
고전 영웅 서사시에서는 운명적인 영웅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불합리한 운명에 맞서는 영웅이 추세입니다. 특히 대다수의 마블 히어로들이 그렇고 본편의 마일스도 운명을 거스르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삶을 쟁취하는 캐릭터이고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스파이더맨들도 스파이더맨이라는 것입니다. 어크유에서야 이름없는 조연 스파이더맨5699이지만 분명 히어로 스파이더맨인데, 운명에 순응하고 희생을 당연시하고 강요까지하는 모습이 이해가 안되고 불편했습니다. 피터B파커가 엉클벤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그로 인해 선을 행할 수 있었다고 하는 장면은 극 중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주인공이 남들과 차별점을 가져야하는건 당연하지만 그 대상이 다른 스파이더맨이라는 점이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 다른 유니버스들이 2D기반에 다양한 스타일이 더해진 것에 비해서, 마일스의 유니버스는 좀 더 실사? 3D에 가까운 그림체인 것 같습니다.
피터B파커의 말 중에서 벤삼촌의 희생으로 선을 행할 수 있었다는건 원인-결과로만 보면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웬팀이 결성됐다는게 피터B파커 포함 다른 스파이더맨들이 순응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다른 유니버스에서 마일스가 프라울러인 본인과 마주한 장면 덕에 다음편이 더 기대되기도 하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