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통수는 바비였습니다.. 물론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그냥 보러간 저의 불찰이기도 하죠.
제가 바란건 마고로비의 화려한 바비, 멋진 바비, 예쁜 바비, 추억의 바비이지,
바비를 활용한 2시간 짜리 페미니즘 강의를 들으러 간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바비가 울고 좌절할 때 그리고 마지막 까지도
감독,작가,극중 인물들에게 바비가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아서
오히려 안쓰러웠습니다.
바비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여자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다 구구절절 맞는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꼭 굳이 남자들을 머저리로 만들면서 까지 본인들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강요하려고 하는걸까요..?
본질적으로 평등을 추구해야 맞는 것이지, 왜 반대편의 성별을 깔아뭉개면서 우위를 점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에서 여러번 가부장제를 비꼬고 비판하던데, 제 생각엔 페미니즘 역시 또 다른 형태의 권위주의와 다를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렇게 노골적으로 관객을 가르치려는 영화는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정말 틈만나면 페미니즘, 가부장제, 성상품화..등등 여러가지 용어를 써가면서 관객들에게 강의를 시작합니다..
또 여자는 이것도 해야되고 저것도 해야되고 날씬해야되면서 적당히 살도 있어야하며 성격도 어떠하면서 어떻게해야되고 말하면서 여자의 고충을 토로하는데, 마치 남자는 상대적으로 인생이 평탄하고 여자의 삶은 이렇게 힘들다. 얘기하는 것 같더라구요.. 정말 편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남자도 능력있어야 하죠. 돈 잘벌어야 하죠. 자상하면서 카리스마 있어야죠. 사회에서 요구하는 자질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 생각엔 여자든 남자든 모두 똑같이 힘들고 각자의 고충이 있는건데, 여자의 삶만 정말 빡세고 너무 힘들어 라고 호소하는게 정말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평등과 화합은 고사하고 젠더갈등만 더 부추기고 편가르기만 심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엔 평범한 바비를 만들자라고 하던데, 아니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현실적으로 평범한 바비가 어떠한 상품성이 있고 시장에서 팔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옆에 비서가 넵 수익성이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얘기하는데 대체 뭐하는거지 생각 들었습니다. 바비는 애초에 예뻐서 팔린거라구요...
인형이든 사람이든 평범하거나 안예쁘거나 예쁘거나 어떤게 더 가치롭다는 말이 아닙니다. 인간은 각각 다양하고 고유한 자신만의 가치가 있고, 그 가치에 우열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다른 얘기죠.. 하.. 한숨만 나옵니다.
마지막엔 너무 관객들을 가르치려던게 미안한건지 도덕적이게 보이고 싶은건지 뭔지 몰라도
나는 나일 뿐이야. 바비는 바비일 뿐이야. 켄은 켄일 뿐이야. 켄으로 충분해. 라는 식으로 틀에 박힌 진부한 메시지로 마무리 짓길래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바비는 잘못한게 없습니다.. 감독과 작가의 잘못입니다..
정말 아쉽습니다. 마고로비도 너무 좋아하고 이 영화도 올해 초부터 많이 기대했는데 말이죠..
*혹시나 바비를 재밌게 보신 무코인들께는 미리 죄송합니다. 그냥 하나의 의견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관람 이후부터 줄곧 같은 생각을 피력해왔지만, 본심에 가까워도 차마 쓰지 못한 말이 글에 있네요 ㅋㅋ
젠더갈등만 더 부추기고 편가르기만 심화시키는 것 같다는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바비 중심의 바비랜드만이라면 몰라도 현실세계까지 밸런스를 심하게 무너뜨렸어요..
작중 남성들은 바비랜드 현실세계를 떠나 죄다 무능하고 덜떨어져 보이게 묘사해서
마치 능력도 없는데 남자라서 고위직이라는 듯한 뉘앙스였고, 이게 부당한 차별이라는 것 같은데
차라리 직설적으로 여성이라서 차별당하는 장면을 넣는 게 좋았을 거에요.
남성을 비하하면서 여성을 띄우려는 의도가 굉장히 허접하게 느껴졌고,
이후 여성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강연은 너무 편협하기 그지없었죠..
그나마 마무리라도 잘 지었으면 좋았겠지만,
켄과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똑똑한 바비들이 하는 짓은
켄들이 겪었던 차별에 공감하고, 이해하고 마주보면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모자란 켄들을 기만하고 농락해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었고,
이렇게 끝까지 여성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스탠스를 버리지 못한 채
도무지 공감하기 힘든 평등과 화합을 내세우며 끝나는게 너무너무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공감가는 후기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
정말 이렇게 편협한 사상교육보다 진정으로 평등과 화합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혹은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