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아버지는 매일 비디오를 빌려 오셨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고전 영화를 좋아하셔서 히치콕 시리즈는 덕분에 어렸을 때 다 봤고, 그밖에도 대부분 액션물을 봤습니다. 제 취향은 이때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는데요, 특히 많이 본 영화는 홍콩 액션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성룡을 좋아하셔서 거의 한 달 내내 성룡을 본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뭐, 내용은 이제 잘 기억도 안 나지만... 오늘 보고 온 공조 2는 바로 이 성룡이 떠오르는 영화였습니다.
공조 1을 어제 보고 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공조 2를 보니 주인공이 2명에서 3명으로 바뀌었다는 것외에는 새로울 게 1도 없는 영화였습니다. 어떻게 보자면 클리셰 투성이의 이야기이고, 딱 아버지랑 같이 집에서 빌려다 보던 홍콩 영화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넘나 익숙한 이야기였기에 무척이나 이 영화가 즐거웠습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공조 1과 마찬가지로 배우들의 연기였습니다. 공조 1의 김주혁 배우는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펼쳐서, 공조 2의 악역은 많이 비교가 되더라고요. 또, 공조 2의 악역이 갖는 서사가 상당히 약하더라고요. 딱 8~90년대 악역이 할 짓을 고대로 ctrl c + v를 하고 있으니... ... 그에 반해 주연 배우 삼인방의 연기는 감탄 또 감탄을 했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말들처럼 현빈은 "아이언맨, 북한에서 흔한 얼굴"이고 다니엘 헤니는 "캡틴 아메리카, 존잘"이고 이 둘의 미묘한 감정 삼각관계 라인이 예전에 둘이 호흡을 맞췄던 '내이름은 김삼순'을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일부러 그렇게 꾸민 건가 싶기도 하고.
뭣보다 압도적으로 멋있는 건 현빈이었습니다. 예전부터 멜로ㄴㄲ인 건 알고 있었지만...와, 이제 목소리까지도 꿀성대가 되었네요...? 예전의 현빈은 너무 마르고 날카로운 느낌이었는데 이제 중년이 되어가면서 적당히 살집이 붙고 목소리가 낮아지니까 왤케 멋있죠? 게다가 뭔가 별로 딱히 말 없는데 러브라인 잡아가는데 하... ... 깜딱 놀랐습니다. 다니엘 헤니는 그에 반해 생각보다 조역이라서 ㅠㅠ 크로즈업만 하면 존잘이긴 한데 현빈만 자꾸 눈길이 가더라고요.
이상 현빈과 다니엘 헤니가 너무 멋있어서 왠일로 컴퓨터를 켜고 장타로 읊조린 후기였습니다.
짤은 현빈이 최고로 멋진 장면입니다.
큰 기대를 갖고 개봉하면 언제나 실망감이...
그래도 하나 하나 꺼내서 먹는 그 맛....
그런 영화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