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로그원을 연출했던 가렛 에드워즈의 작품. 앞서 말한 두 영화를 지금도 생각날때면 돌려볼 정도로 좋아한다. 스토리와 세계관도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그려내는 가렛 에드워즈의 구도와 연출은... 정말 비주얼리스트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감독이 근 5년만에 들고 온 크리에이터는, 비주얼만 남은 영화였다.
인간과 AI의 대립이라는 시놉시스는 떠오르는 영화가 한 둘이 아닌 만큼 그 소재를 어떻게 다룰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모두 예측이 되는 전개였던 점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SF라는 장르는 어떻게는 겹칠 수 밖에 없고 그 점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뻔한 소재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다듬고,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작품성이 달라진다. 독창적인 영화가 될지 양산형 영화가 될지는 바로 이 점에 달려있고, 크리에이터는 그런 측면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가장 불호였던 지점은 바로 아시아에 대한 오리엔탈리즘. 영화 속 뉴아시아라는 가상의 지역은 중국과 일본이 합쳐진 듯 그려지는데, 그냥... 보는 내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분의 말을 빌려보자면 정말 영화적으로 멋있어 보이기 위해 이것 저것 맘대로 끌어왔다는게 확 느껴졌던 부분.
거기에 액션까지 밋밋하니 특정 시점부터는 눈에 초점을 잃고 보게 되었다. 정말 작품 내에 활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한 두가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레이저 총만 쏴대니... 거기에 긴장감조차 떨어져 이 단점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잠깐 딴 길로 새보자면, 감독의 전작인 로그 원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크리에이터와 반대로 게릴라전이였다.
6편에 달하는 시리즈 동안 그저 화면을 채우기 위한 것 처럼 보였던 스톰트루퍼라는 군대가 처음으로 공포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기력하게 죽어나가는 반란군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생생한데, 크리에이터는...
각설하고, 크리에이터의 액션은 엉성하고, 밋밋하며, 유치했다.
그럼에도 글의 초반부에 언급했던 비주얼 하나만큼은 정말 좋았다. 가렛 에드워즈의 특기 중 하나가 미친놈같은(좋은뜻) 카메라의 구도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무언가를 카메라에 담을때 보는 관객 마저도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고질라의 괴수, 로그원의 데스스타, 그리고 이번 작품의 노마드까지, 정말 보는 내내 감탄만 나왔다. 배경에 끊임없이 잡히는 모습이 데스스타가 연상되기도 했고, 특히 독특한 사운드와 함께 타겟팅 포인트를 레이저로 보여주는 설정이 정말 좋았다. 이 설정이 진짜 신의 한수로 느껴졌던...
이 외에도 풍광이나 자연을 담아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영상미는 깔래야 깔 수가 없는 감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기다렸던 작품이고, 정말 실망했던 작품이였다. 오히려 기대를 안 했다면 평범한 킬링타임 용 작품으로 생각했을텐데... 감독에 대한 애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기분이다.
다음에는 꼭 좋은 스토리로 다시 만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