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개봉하자마자 볼려고 예매를 해뒀었는데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주말까지 다른 영화들도 모두 취소하고 개봉 후 한 주가 지난 후 볼 수 있었어요. 다행히 그때까지 개봉관이 있었고 원래 계획보다 집에서 가까운 관에서 10월의 마지막 영화로 보고 왔어요.
영화는 제거 대상을 무한정 기다리는 전형적인 킬러의 모습으로 시작하네요. 만 시간이상의 경험을 가진 킬러인 그는 긴 독백과 기다림을 통해 킬러가 가져야할 자세와 원칙을 말해요.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처음으로 실수를 하며 일이 벌어져요. 그는 영화 내내 킬러가 가져야할 원칙을 이야기해요. 일을 처리하는 하나하나는 그 원칙을 따라가지만 전체로 보면 그 원칙에서 벗어나는 모순 덩어리에요.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일부러 원칙을 벗어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아마도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는 사실이 그 원칙을 벗어나게 한 원인인 것 같아요. 그는 실수를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았고 그래서 일부러 호텔에도 하루를 머물며 은신처에 돌아가요. 다수의 신분증을 가진 그래서 다수일 수 밖에 없는 그는 자신을 그 다수 속 하나로 숨으며 킬러가 아닌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계획대로 하지 않았고 연인을 믿고 공감하며 은신처로의 킬러의 습격을 예측하지 못 하고 즉흥적으로 복수를 하며 우위를 내주었다.
의뢰받은 싸움이 아닌 싸움을 하는 그는 자신에게 뭔가 득인지 깊이 생각했으리라.
단순한 플룻의 이야기로 보여지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단 킬러에만 해당되지 않을 거예요. 특히 원칙과 그것을 벗어나는 모순은 깊은 여운을 주네요.
11월 10일에 넷플릭스에 나오면 다시 보려고 하는데 그땐 느낌이 또 다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