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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예전에 극장에서 두번 봤는데 스토리를 정리하고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영화라고 결론 내린 유일무이한 영화입니다. 허나 굳이 해석을 하지 않아도 유일무이한 매력을 가진 영화입니다.

 

-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고민하며 초집중하면서 영화를 쫒아가보았지만 중반부 스크린에 <Long day's journey into night>이라는 제목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내러티브 붙잡기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두번 다. 영제가 유진 오닐의 희곡인 <밤으로의 긴 여로>와 똑같은데 오히려 이 제목이 영화와 더 잘 어울립니다.

 

- 이 영화의 플롯을 굳이 나누자면 제목이 등장하기 전 까지는 주인공의 기억을, 후반에는 주인공의 꿈을 표현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과 꿈을 관통하는 여인, 즉 주인공의 내면 세계에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인물이 바로 탕웨이입니다. (탕웨이 얼굴을 계속 보고 있는것 자체가 꿈같긴 하다는...)

 

- 이 영화는 의외로 "체험하는 영화"로서의 기능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의 난해한 꿈이 시작되는 후반부는 실로 경이롭기 그지 없습니다. 개연성은 전혀 없어보이는 몽환적인 이미지와 대사들이 주인공의 시점에서 쭉 이어지는데 그 모든 장면들이 한시간 가까이 롱테이크 그것도 자그마치 3D로 눈 앞에 펼쳐집니다. 그리고 마치 꿈을 꾸듯 이미지 속을 유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 자신 혹은 누군가의 실제 꿈에 들어가있는 듯한 독특한 영화적 체험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즐기면 나름 황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 어찌보면 감독은 주인공의 기억과 꿈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하면서 이러한 관념들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기억이란, 결여된 논리와 왜곡된 진실 위에 펼쳐낸 내러티브 같은 것. 그리고 꿈이란, 그 조각난 기억들의 세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여행 같은 것. 어떤 상처나 감정, 욕망은 홀연히 무의식에 깊숙이 새겨져 기억과 꿈으로 불현듯 그 모습을 드러내기에. 영원 같은 찰나 속에서, 찰나 같은 영원 속에서...' 나아가 각각 재창조된 진실과 창조된 허구라는 측면에서 기억과 꿈의 속성들이 영화라는 매체와도 묘하게 닮아있음을 발견하며 밤으로의 긴 여로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 이 영화를 얼마나 이해하든, 또한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나아가 신선한 영화적 가치를 지닌 걸작으로 보든, 혹은 겉멋만 잔뜩 들어간 노잼 예술 영화로 보든간에 '꿈'과 '기억'과 '시간'을 다룬 많은 영화들 중 그 개념들의 본질적 속성 그 자체를 이미지화하는 데 공을 들인 "주목할 만한 영화"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지극히 어려우면서도 지극히 쉬운 영화가 바로 <지구 최후의 밤>입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쯤 꼭 3D로 극장에서 관람해보시길.

 

*별점: ●●●○


발없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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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빈 2023.11.08 01:51
    전 이 영화 전반부는 현실인데 더 모호하고 후반부 꿈이 오히려 더 명확하게 다가와 특이했고 감독이 일부러 의도한 건가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후반부가 의미도 더 잘 느껴지고 흥미롭고도 재밌게 볼 수 있었구요.
    이번에 3d상영은 저희지역은 안 해줘서 그냥 패스했었던...ㅋ 후반부 3d로 체험하면 진짜 독특할 것 같은데 말이죠~
    얼마전 늦게서야 개봉한 <카일리 블루스> 보니까 지최밤이 이걸 발전시켜 더 잘 연출한 작품이구나, 비간 감독 확실히 눈여겨봐야겠다 싶더라고요ㅎ
  • @하빈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3.11.08 01:55
    맞습니다 정확한 지적인것 같아요ㅎㅎ 오히려 후반부가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죠 심지어 전반부에는 졸음과 싸워야하는데 후반부는 절로 잠에서 깸ㅋㅋ 말씀하신대로 이 또한 감독의 의도로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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