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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 앞서 사족을 달자면(앞머리에 달면 蛇足이 아니라 蛇頭인가?), 첫째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부럽습니다. 잘 쓴 칼럼들을 읽다보면 맞아맞아 나도 저렇게 생각했어 공감가네 하다가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왜 표현은 이렇게나 다르지 싶어서 주눅이 듭니다. 글 하나를 쓰려면 몇 시간을 다듬고 또 다듬어야할까요.

 

둘째로, 리뷰를 쓸 때는 기본적으로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봐줬으면/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스포'라는 말머리를 다는 순간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글이 되어버리닌 모순이 생기지요. 저만 이렇게 생각하나요? 하지만 몇몇 작품은 스포 리뷰를 봐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시작과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 작품이요. 저에게는 [금의나라 물의나라]가 그랬습니다. '사이가 매우 나쁜 두 나라가 있다 → 주인공들의 활약으로 두 나라는 사이좋게 지냈답니다'로 흘러갈게 뻔하니까요. 그래서 스토리보다는 작화/연출/캐릭터성이 잘 뽑혔는지가 궁금해서 무코에 올라온 리뷰들을 스포있는 글까지 포함해서 알아보고 갔습니다.

 

그래서 사족의 결론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 편 잘 봤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사이가 나쁘다고 알려져있는 대표적인 동물들입니다. 그들이 사이가 나쁜 이유에 대해 혹자는 성격 차이로, 혹자는 정반대의 의사소통 방식에 따른 오해로, 또다른 누군가는 생태계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동물들간의 영역다툼이라고도 하더군요. [금의나라 물의나라]에서 알하미트와 바이카리가 전쟁을 일으키는 핑곗거리도 개와 고양이였습니다. 그전부터 사이가 나쁜게 쌓이고 쌓였지만,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개의 대변과 고양이의 오줌 처리문제였다나. 

 

하지만 루크만(개)과 오곤치메그(고양이)는 처음부터 사이가 매우 좋습니다. 그리고 사라(알하미트人)와 나란바야르(바이카리人)도 첫만남에서 서로가 좋은 사람인 것을 알아봤고요. 특히 사라는 나란바야르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닌 것을 알아챕니다[사라 曰, "('제가 나쁜 사람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리가 없아요"].

 

그러니까, 이 작품의 핵심은 '소통의 중요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선입견을 걷어내고 본 상대방은 (100% 절대선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존재라는 것.

 

(개인적으로) 소통의 중요성을 또하나 느끼게해준 인물은 알하미트의 제1왕녀 레오폴디네였습니다. 보통 저런 그림체로 나오는 사람은 굉장히 표독스럽던데, 첫 등장부터 주인공인 사라를 곯려주기까지 하니... 이 작품의 빌런은 너구나!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난 소감은, 그녀는 제1왕녀라는 자리에 걸맞게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조금은 짓궂기도 하지만, 천성이 사악하다기보다는 말그대로 짓궂은 정도? 

 

좀 더 나아가면, 이 작품에 절대악 / 빌런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의 타당한 이유와 신념을 가지고 부딪칠 뿐, 그리고 그것이 주인공들과 다를 뿐이었죠(알하미트의 생존을 위해 바아키리와 소통[교류]할 것인가 / 정복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스토리를 전개하는 과정이 동화같으면서도 어른스러운 면을 골고루 섞은 것이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이었습니다. 동글동글한 그림체로 외적으로는 동화같이 포근한 느낌을 주면서도, 라스타반 3세나 레오폴디네나 문라이트 등등 각각의 캐릭터들이 지닌 고뇌들을 보여준다거나 국왕파/왕녀파의 정치적인 갈등과 암살 작전을 보여주는 식으로 스토리 내적의 진중한 면도 잘 담았다고 봤습니다. 너무 동화동화했으면 애들이나 보는 유치함 때문에 별로였을지도, 너무 다크다크했으면 동글이들 보면서 힐링하러 왔다가 괜히 마음 한 켠이 불편해졌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중간지점을 잘 잡고 풀어나간 작품이었습니다. 엔딩 크레딧까지 다 보고나니 간만에 재미있으면서도 힐링되더군요.

 

 

스토리 외적으로 보자면, 작화는 무난했습니다. 사실 매드하우스가 최근에 TV판을 너무 말아먹기도 했고(오버로드...), 그래서 예고편에도 무려 14년 전 작품인 '썸머워즈'를 내세운지라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래도 예고편 보고 나쁘지 않은데? 싶었는데, 본편도 잘 뽑혀서 다행입니다. 연출로 보자면 실사 영화의 극적인 연출을 많이 보고 배우면서도 애니메이션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점을 잘 살려서 좋았습니다. 특히 알하미트 전경을 보여주는 장면들(움직이는 상자 씬이라던가)을 보면서 실사 CG였다면 비용 문제가 컸을텐데 애니메이션이라서 좀 낫겟지? 싶은 예쁜 컷들이 많았어요.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는 흠잡을 곳 없이 최고였습니다. 사라의 목소리를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실사판의 여주인공이었더군요.

 

 

아직 영화관에서 내리기 전에, 간만에 마음 편하게 작품을 보고싶다면 추천할법한 영화였습니다. 원작 만화를 사볼까? 싶은 생각도 잠깐 들 정도였어요. 점수를 주자면 3.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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