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고편을 ("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돼지일까?") 보고 블레이드 러너와 공각기동대를 떠올렸습니다. 인간과 사이보그(돼지뇌)를 중심으로 영혼에 관해 다루는 sf류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캐릭터가 돼지뇌를 갖고 있는 인간일까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보다가
미나토 시점~결말 까지 보고는 뒷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느낌이더군요.
2. 2회차 관람 때는 1회차에서 놓친 것들이 보였습니다.
영화의 시작이 라이터를 들고 있는 요리를 비추는 것 (방화의 범인)
호리선생과 미나토가 "나는 불쌍하지 않아" 같은 대사를 사용하고
호리선생이 옥상에서 투신하려고 했었을 때 신발을 한짝만 신고 있는 모습을 클로즈업 하는 것에서
호리선생과 미나토를 동일시 하려고 한다고 느꼈습니다. (과거에는 호리선생도 성소수자가 아니었을지? 그래서 요리의 원고를 보자마자 미나토와 요리의 관계를 눈치챈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3. 걸스바 소문의 연출도 기억에 남네요. 어린애들이 소방차의 뒤를 따라가듯 호리선생을 보고 자극적인 내용의 이야기를 아무생각 없이 내뱉는 장면, 그것이 SNS라이브로 중계되며 가십이 팩트가 되는 장면
(얼마전 GD 마약사건이 떠올랐습니다)
4.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 지는 영화였습니다. 성소수자, 가십, sns, 선생과 학부모 등등 요즘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야기들과 많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거운 주제를 탄탄하게 엮어낸 감독의 역량과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접했네요. 글솜씨가 부족해 제대로 된 후기를 남기지 못해 아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