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가 많으니 주의해주십시오)
조이랜드는 엄격한 가부장제에서 자라 자기가 진정 뭘 원하는지 모르다 처음 자유를 맛본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하이더르는 파키스탄의 엄격한 가부장제 하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가부장제 하에서 기대되는 남성상에 결코 부합하지 못하는 인생을 삽니다. 남자답게 염소를 도축하지도 못 하고, 백수로 생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아내 뭄타즈에게 의탁하고, 아이도 없습니다. 아버지 '아바'에게 천대 당하는 뭔가 모자란 아들이죠.
그러다 친구의 말에 넘어가 극장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바바의 백댄서로 취직합니다. 집에다가는 관리직이라고 대충 둘러댑니다. 아바도 뭔가 수상하긴 하지만 돈을 많이 받는다니 대충 허락합니다. 그리고 이제 하이더르가 취직을 했으니 아내 뭄타즈가 일을 쉬어야 한다고 강요합니다.
아버지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던 하이더르는 갑자기 자유를 맛 보며 외박을 하며 일탈을 즐깁니다. 아내와의 잠자리는 은근슬쩍 빼고, 바바와 사랑에 빠집니다. 여기저기 부딪히며 트랜스젠더라는 약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거칠게 노력하는 바바에게 끌립니다. 그러다 바바와 성관계를 맺게 됐을 때 스스로 항문 성교 자세를 취했다가 여성 정체성인 바바를 분노케해 쫓겨나고 맙니다.
그 사이 독립적인 여성인 뭄타즈는 심한 우울에 빠져 이상 행동을 보입니다. 그러다 가부장제에서 여성에게 가장 기대하는 바인 남자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뭄타즈는 아바의 칠순 잔치 후 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냥 가출을 할 수도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와 약을 먹습니다. 가부장제에서 아들을 낳아 딸밖에 없는 시아주버니 부부 대신 적통이 될 수 있는 그 순간에 뱃속의 아들과 함께 목숨을 끊습니다. 가부장제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었습니다.
하이더르가 지금까지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단 걸 인지하지 못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하이더르는 부모가 짝 지어준 뭄타즈와 결혼하면서 뭄타즈가 계속 일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취직을 하게 되며 그 약속을 깼고, 처음 맛 보는 자유에 주변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형수 누치는 우리가 뭄타즈를 죽였다고 가부장제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만시지탄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부장은 이미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아바는 다리 장애로 걸을 수도 없고 모든 걸 자식, 며느리에게 의존합니다. 바지를 입고 오줌을 지린 걸 수습해준 이웃 여인에게 마음이 동해 동침하지만 정식으로 부인으로 맞아들일 용기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건 없지만 아들 부부의 인생을 망칠 정도로는 충분히 강력합니다.
하이더르는 뭄타즈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리며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어딘가의 바다로 나아갑니다. 바다는 하이더르를 옥 죄는 가부장제로부터 벗어난 자유를 뜻합니다. 그 편린인 소라 껍데기를 바바가 갖고 있었죠. 하지만 그 자유의 파도는 하이더르를 삼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지배적 전통에서 벗어나려면 대가가 따릅니다. 조이랜드는 그 대가를 모르고 자유를 탐닉했던 자의 이야기입니다.
하이더르가 어떻게 됐는지는 열린 결말입니다. 아내에 대한 죄책감으로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고, 가부장제에서 벗어난 다른 곳에서 파도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갈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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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슈아 픽쳐스 관계자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