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악당에 맞서는 사람들이 나오는 실화 기반 영화들을 볼 때면 평범한 시민들이 비범한 용기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장 큰 감동을 받습니다.
'서울의봄'의 조민범 병장 같은 인물입니다. 12.12 당시 국방부 B2 벙커를 지키던 조 병장의 모델 정선엽 병장은 "우리 중대장님의 지시 없이는 절대 총을 줄 수 없다"고 끝까지 반란군에 저항하다 사망했습니다. 그에 반해 평소에 똥군기 잡던 많은 장성들과 국방장관은 제 목숨 하나 부지하겠다고 오판에 오판을 거듭하다 전두환에게 권력을 넘겨주죠.
5.18에는 수많은 용기 있는 시민들이 있었습니다만, 전 고등학생 문재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계엄군 진입 전 날 문재학은 집에 전화를 걸어 “엄마, 인자부터는 밖에 못나가요. 나, 그냥 여기서 끝까지 남기로 했어.”라고 말하고 도청에 남아 끝내 계엄군에 의해 사망합니다. 문재학을 비롯한 시민군의 희생은 80년대 내내 학생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 세력에 영감을 불러일으켰고, 7년 뒤 민주화로 이어집니다. (참고 영화: 화려한 휴가, 참고 소설: 소년이 온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토드 비머는 9.11 테러리스트들이 장악한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에서 시민들을 규합해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하다 궁지에 몰린 테러리스트가 비행기를 추락시켜 사망했습니다. 승객들은 살지 못했지만 테러 목표가 된 장소의 사람들은 살렸습니다. 그는 테러리스트와 마지막 결전에 나서기 전 "제가 해내지 못한다면 가족들에게 제가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는지를 전해주세요"라고 동료 승객들에게 부탁했습니다. 그가 조종실 돌입 전 외친 "준비됐나요? 해봅시다! Are you ready? Let's roll!"은 아직까지 미국 시민과 군인들의 용기를 상징하는 구호로 쓰입니다. (참고 영화: 플라이트 93)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용기를 보여주는 모습은 언제나 감동스럽습니다. 과연 나였다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항상 생각해봅니다. 저도 평소에는 어쩔 수 없이 조금 비굴하게 살더라도 저분들처럼 정말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최후의 용기가 갖고 싶습니다. 마음 속에 항상 이분들을 기억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역사가 반복된다고 하지만 제발 이런 일은 다시는 안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