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 포함 약 7시간 정도의 상영이 끝났습니다.
중간에 10분 인터미션 포함 328분이라는 엄청난 러닝타임이 진입장벽인데 애초에 대중 관객들하고 타협하기를 거부하면서 하마구치 감독님 하고싶은대로 만든, 느림의 미학이 느껴지는 영화였네요. 다른 영화였다면 2시간 언저리에 맞춰 쳐냈을 법한 장면들이 날것 그대로, 그 이상을 넘어 도대체 이걸 언제까지 보여주는거야? 싶을법한 장면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5시간 반 동안 방대한 내용이 있는 대신 워크숍, 낭독회와 대담, 길고 긴 대화 장면 등등 30대 후반 여자 4명과 주변인물들을 둘러싼 엄청난 양의 대사들이 존재합니다. 캐릭터에 대한 세밀한 탐구와 심리 묘사에 꽤나 집중하게 되어 이게 내가 영화를 보는건가 누군가의 삶을 잠깐 관찰하는건가 싶을정도로 영화가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지 않고 몰입감이 꽤나 좋았습니다. 탁상 위에서도 영화적 체험을 만들어가는게 바로 이런게 아닌가 싶네요. 인생을 되돌아보고 인간 관계와 소통, 행복, 솔직함 등 여러 가지를 곰씹어보게 만드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아쉬운점도 있긴 했습니다. 우측열에서 고개를 좀 돌리고 봤는데 러닝타임의 압박때문에 보고 나니깐 목이 너무 아프네요. 다음에 보게되면 진짜 무조건 중블로 예매를...
그리고 용산 16관에서 진행했는데 옆에 IMAX 관의 소음과 진동이 너무 커가지고 보는데 방해가 많이 되었습니다. GV 중간에 하마구치 감독님도 어디서 전쟁영화하냐고 물어볼 정도였는데 진짜 너무 거슬리고 많이 불편했습니다.
GV는 시간 관계상 정성일 평론가님의 질문으로만 1시간 진행하고 마무리하였는데 날카롭고 분석적인 질문들에 하마구치 감독님도 꽤나 좋아하셨고 답변 역시 좋았습니다.아마 시간제한 없었으면 최소 3시간은 하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피곤해서 메모는 안하고 거의 듣기만 했는데 GV도 시간 술술가고 재밌었습니다.
관람에 7시간 + 왕복 4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와 GV였습니다. 겁나 피곤한데 보람있고 기분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