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를 보고 왔습니다.

 

 

이 작품은 (아마도) 디즈니 100주년을 달고 나오는 마지막 극장용 장편애니일 거 같은데요.

영화 자체가 디즈니 100년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타이틀과 설정 자체가...

 

디즈니 오프닝에 늘상 깔리기도 하는 애니 [피노키오]의 OST-When You Wish Upon a Star

 

제목이나 가사와 일맥상통하는 것부터 쉽사리 예상이 가능하겠죠.

영화 안에서도 계속해서 디즈니 애니의 역사들을 오마주하거나 패러디하기도 하고요.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고향을 뛰쳐나와 이상향을 건설한 마법사 '매그니피코'

그는 마법을 통해 사람들의 바람(wish)을 추출하고 그 중 일부를 자신의 힘으로 실현시킴으로서

자신의 국가이자 이상향 라로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아샤'는 마법사의 견습생(L'apprenti sorcier)이 되어 가족들의 바람이 간택되길 원합니다.

하지만 견습생 면접에서 이 시스템의 모순을 깨닫게 되고 이를 타파하길 별에게 기도하죠

그런데 아샤의 바람에 응답하여 진짜 별이 하늘에서 내려오며 사건이 시작됩니다.

 

영화에서 바람/소원으로 해석되는 Wish는 대부분 '자신이 되고 싶은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리고 로사스의 주민은 18세 이상이면 그 Wish를 마법사에게 제공하여야 하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Wish가 무엇인지 잊어버리게 되죠.

매그니피코는 이런 바람들을 자신이 선별하여 일부만 이뤄줌으로서 이상향을 유지합니다.

꿈과 희망을 저당잡히고 세뇌된 이들의 이상향은 아이러니하게도 꿈과 희망으로 가득찬 듯 보이죠.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Wish를 제공하자 '지루하고 맥이 빠져 보이는' 아샤의 동료처럼 

또는 '100살'이 되어서도 자신은 무엇인지 기억도 못하는 바람을 이루지 못한 아샤의 할아버지처럼

이 시스템이 근본적인 모순과 약점을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그런 시스템을 아샤와 동료들이 타파하고 모두의 바람을 본인에게 돌려주는 과정을 그립니다.

처음엔 능력있고 선해보이던 매그니피코는 자신의 목표 그 자체에 매몰되어 금단의 마법을 사용해

결국 목표와 마법에 먹혀버리는 악당으로 묘사되고요.

 

이러한 이야기와 이 영화가 100주년이 된 디즈니란 세계관을 기념하는 작품이란 점을 접붙이면

매그니피코는 디즈니가 경계하고 타파하고 싶은 대상이어야 할 겁니다.

규격화된 제도를 통해 아이들의 꿈을 틀안에 가두고 나라에 도움이 될 재능들에게만 몰빵하는

미국의 엘리트 중심 교육제도를 쉽게 떠올려볼 수도 있겠네요 (뭐 굳이 미국 뿐이겠습니까만)

Wish가 본인이 되고 싶은 자아실현의 욕구 또는 정체성으로 묘사되는 부분에선

최근들어 말 많은 디즈니의 PC적 행보가 추구하는 부분과도 일맥상통하고요.

(아샤는 도시 밖에 사는 유색인이고 그녀의 절친은 장애가 있는 동양인, 다른 동료들도 대부분

소수자이거나 살짝 모자람이 있어 보이게 묘사하는 반면 상대인 매그니피코의 완벽한 외모와

나르시시즘을 비꼬는 듯한 묘사도 이러한 서브텍스트를 보완하려는 장치겠죠)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오히려 매그니피코의 모습에 현재의 디즈니가 겹쳐보이는

거울치료 현장을 보는 것만 같은 착각도 순간순간 들었습니다.

모두의 꿈은 소중하고 너가 누구이든 상관 없으며 이를 위한 정치적 공정성을 통해

지난 100년간 우리가 했던 실수들을 만회하겠어...라는 오늘날 디즈니의 이상향은

오히려 그것을 너무 강조하느라 균형을 잃고 엉뚱한 결과물을 내어놓거나 

심지어 역차별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거... 영락없는 매그니피코잖아요. (금단의 마법서는 극렬PC추종자의 매니페스토?)

 

이러저러한 생각 덕에 머리는 복잡한데 그와 반대로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고 심심합니다.

디즈니 애니의 정도를 따르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흥이 돋지 않고 뒷맛도 씁쓸해요.

개인적으론 결말에선 매그니피코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화해하는 형식을 기대했거든요.

마법수정에 갇힌 채 던전에 영원히 갇히는 것이 그에게 타당한 벌일까요?

평생 가족을 위해 국가를 위해 헌신했지만 지금의 기준에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롱당하는

아버지 세대의 모습이 매그니피코의 결말에 겹쳐보이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클랜시

글쓰고 영화보는 인생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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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ttdisn 2024.01.03 15:01

    약간 다르긴 한데 저도 매그니피코와 로사스의 시스템 보면서 꿈을 팔아먹는 디즈니의 메타발언이라고 느껴졌어요. 보다가 디즈니 그만좀 찾고 현생살라는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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