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 김대중]을 봤습니다.
영화는 김대중이란 한 인물의 삶 중, 출생에서부터 시작해
87년 13대 대선후보가 되기 직전 시점까지 기간을 조명합니다.
성공한 사업가에서 전쟁과 혼돈의 시기를 목도하며 부조리함을 느끼고
이를 개혁하려 정치판에 투신한 뒤, 자력으로 성장해가는 그의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를 만들기 충분합니다.
영화 중 인용된 해외언론 기사제목처럼 '납치, 투옥, 추방'을 거치며
몇 번이고 좌절하고 생사의 기로에 섰을 인물이 자신을 죽이려했던
독재자가 여전히 '반짝'거리며 집권하는 고국으로 귀환하기까지 과정은
창작물로 만든다고 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할 지경이니까요.
(정치입문 후 수차례 낙선한 끝에 마침내 선거에 당선된지 이틀만에
군사쿠테타가 일어나며 의회가 해산되었던 부분은 다시 봐도 참...)
하지만 영화는 그 과정을 가능한 건조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대부분 영상은 기존 자료들(영상, 사진, 육성인터뷰)로만 구성된 가운데
나레이션은 자료를 보조하는 설명과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는 정도에 머무릅니다.
김대중 본인의 육성으로 설명될 수 없는 부분들의 경우엔 내레이션의 해석 바로 뒤에
그와 관련된 당시 측근, 또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붙이는 형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연출샷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기억으로는 두어개 에피소드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예컨데 일본에서 납치사건 당시 이동 부분처럼 실재 자료란 게 있을 수가 없고
다른 컷으로 대체하기도 애매한 구석이 있을 때 처럼요.
아무튼 이런 건조한 방식에도 불구하고 후반에 가면 울컥하게 되는 것은
앞선 서사의 과정에서 김대중이란 인물에 몰입하게 되는 연출의 힘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아픈 근현대사의 장면들이 그의 삶에 온전히 겹쳐져 있기 때문이겠죠.
대부분 기존자료와 나래이션만으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 영화가 러닝타임 내내 늘어짐 없이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연출의 고민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김대중이란 인물의 삶과 한국의 현대사가 질곡지다는 의미기도 할 겁니다.
결론은, 대충 만들지 않았고 대중성까지 갖춘 대중에관한 영화였습니다.
+
87년 시점에서 마무리 된다는 것에서 짐작하시겠지만
마지막에 '다음 편'을 기약하며 끝이 납니다.
2부가 기대되네요.
++
김대중, 김영삼 둘의 젊은시절을 보면 인물이 좋아요.
두 분 모두 중년을 훌쩍 넘긴 시절 모습이 익숙한 세대이기에
이렇게 청년시절 자료 접할 때면 새삼 느끼게 되는 부분입니다. ㅎ
저도 목요일에 봤는데, 대놓고 주변 사람들 인터뷰 따서 하는 것보다 실제 자료를 보여주면서 나레이션 형태로 연출한 부분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는 ‘꼬꼬무’의 장현성님 목소리가 참 괜찮더군요.
말씀하신대로 중년 이후의 모습이 익숙한데, 탄생부터 정말 어린시절 내용까지 알 수 있어서 좋았구요.
마지막에 ‘어? 왜 벌써 끝나지? 뒷 이야기는?’ 2부가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을때 잠시 벙쪘던 기억이..
추천할만 한 영화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