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대중영화에서 소재와 배우를 보고 관객이 기대할 수 있는 어떤 지향점이 분명히 있는데 이 영화는 시종일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어찌보면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 보입니다. 사회고발극으로서의 기능도 날카롭게 하고 싶고, 소시민 영웅의 드라마도 감동적으로 그리고 싶고, 소외된 여성들의 연대도 보여주고 싶고, 범죄영화로서의 스릴도 선사하고 싶고, 그러면서 개인기가 뛰어난 배우들을 활용해 웃기고도 싶고.. 결말에서 드러내는 영화의 의도가 전혀 와닿지 않을 만큼 전반적으로 산만하며 여러모로 기시감도 큽니다.
- 영화 초반과 후반에 지나치게 주인공을 학대하는 연출도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주인공에게 시련을 강요한다고 해서 관객이 느끼는 연민이 더 커질리는 만무합니다. 인물이 처한 상황만으로도 관객은 충분히 감정이 동요되는 법인데 지나친 가학으로 인해 연민은 커녕 거부감이 듭니다.
- 전반적으로 연기의 앙상블은 좋으나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라미란과 염혜란은 그들이 여태껏 보여줬던 색깔과 연기 그대로를 보여주는데 피식 웃게 만드는 몇몇 장면은 있지만 신선한 감흥은 없습니다. 장윤주도 늘 하던대로 버럭하며 허당짓을 하는데 도대체 왜 나왔을까 하는 생각만 듭니다. 박병은이 맡은 형사도 평면적일 뿐이고, 이주승과 안은진 같은 캐릭터 또한 별다른 목적과 의미 없이 소모될 뿐입니다.
- 공명이 가장 설득력과 페이소스를 이끌어내는 캐릭터였고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추적해야 하는 라미란과 탈출해야 하는 공명의 플롯 사이에 밸런스 조절 및 긴장감 유지가 관건인데 갈수록 밸런스가 무너집니다. 오히려 공명이 주인공 아닌가 싶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저울이 기울어졌다가 후반부 필사적으로 "시민덕희" 영웅 만들기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느낌입니다.
- 전체적으로 영화의 소재와 의도를 살리기 위해선 장르적으로 그리고 연출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보입니다. 보는 내내 차라리 마석도 형사가 등장해서 싹 쓸어버리는 단순한 장르적 쾌감이 그리울 정도로 곁가지가 무성합니다. 그러다보니 소재와 장르와 의도가 다 따로 놉니다. 굳이 극장에서 관람하진 않아도 될, 집에서 OTT로 한번쯤 보며 보이스 피싱 문제에 경각심은 가져볼 만한 정도의 영화라 생각합니다.
*별점 및 한줄평:
●●(2/5)
소재(실화), 의도, 장르, 연출의 불협화음이 빚어내는 산만함.
갈까말까 고민했는데 예매취소했어요.
모르고 볼 뻔 했는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