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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아픽쳐스의 배급작들을 꼼꼼히 챙겨본 건 아니지만 주로 먼 나라의 영화들을 소개해 왔던 곳에서 갑자기 일본 영화라니? 하는 생소함이 있었는데요, 워낙 최근의 일본 영화들도 좋아하다 보니 곧 기대감으로 바뀌면서 시사회 신청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포스터 등의 자료만 봐서는 개성있는 아이가 주인공인 밝은 영화이거나, 넓게 봐도 ‘교실 안의 야크’같은 따뜻한 울림이 있는 힐링물을 예상했는데 조금 빗나가기는 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어둡거나 무겁기만 한 영화는 아닙니다. 다소 어리숙한 주인공 ‘아미코’가 내내 뿜어내는 에너지와 때때로 치고 나오는 유쾌한 장면들 덕에 영화에 계속 몰입할 수 있고, 아미코가 성장하며 겪는 일들은 지켜보는 관객에게 여러 감정이 들게 해줍니다.

 

 

(이 아래에는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락을 지어가며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몇몇 장면들을 지나며 영화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미코의 엄마가 친모가 아님이 드러나는 부분이나 아미코가 노리에게 고백을 하자마자 곧바로 폭행을 당하는 장면 등이 분위기 전환의 구실로 기억에 남네요. 이토록 특별한 아이를 표현한 아미코의 연기도 놀랍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가 받는 상처와 사건들을 나열하는 영화임에도 시퀀스를 구성하고 분위기를 유지하는 감독의 능력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옳은 소리를 하는 아미코를 뒤로 하고 코타의 비행에도 무심하게 대처하는 아빠의 모습과 끝내는 아미코를 버리듯이 할머니에게 떠넘기는 장면이 나옴에도 그들의 개인사에는 세세하게 들어가지 않는 것 또한, 어떠한 사정도 아이가 겪게 될 슬픔을 합리화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좋은 연출이라 생각되네요. 

마지막 장면의 구도는 ‘조이랜드’를 떠올리게 했는데 마무리는 완전히 달라서 이 부분도 재미있었습니다. 저세상으로 가자는 듯 손짓하는 유령들을 시큰둥한 인사로 보내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괜찮다’고 말하는 데에서는 그 천진함에 미소를 감출 수 없다가도 금세 마음이 먹먹해지더군요.

유년기를 생각해보면 아미코처럼 유별난 아이가 주변에 몇명씩은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부모든 친구든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있다면 상황이 조금은 나을 텐데, 막상 그때로 돌아가면 내가 그런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당장 지금도 얼굴이 피범벅이거나 찬바다에 뛰어들 것 같은 아이를 마주쳤을 때 그저 괜찮냐고 물어볼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어른의 모습도 돌아보게 합니다.

 

 

(영화 내용 끝)

 

 

뜻밖에 굉장히 좋은 작품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알아둬야 할 감독이 한명 더 늘어나게 된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봄의 시작과 어쩌면 향후 몇달간은 유명한 SF대작이 극장의 분위기를 주도할 것 같지만, 이런 좋은 영화가 함께 개봉한다는 것도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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