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장르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많은 분들이 최고의 작품으로 '곡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점수순위를 매기면
사바하 4.5 / 곡성 4 / 파묘 3.5 / 검은 사제들 3 이런 순서가 되는데요
장재현 감독님의 '사바하'를, 나홍진 감독님의 '곡성'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이유는
'사바하'에서, 세상의 구원자가 태어나는날, 다른 쪽에서는 수 많은 아이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아이러니함,
우리는 항상 신의 도움을 부르짖지만, 다른쪽에서는 신의 이름으로 살생이 이루어지는 아이러니함,
이것을 큰 주제로, 영화를 이야기를 힘있게 끝까지 잘 이끌어 나간점이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이에 반해 '곡성'은 '모호함', 알 수 없는 존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점이 메리트이지만,
너무 모호함을 강조해서 일까요, (금어초)좀비 느낌의 사람들이 나올때는 과하게 나갔다는 점에서 확 기분이 식더군요
---
이번에 파묘는 '사바하'에 비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끝까지 정말 흥미있게 봤습니다
'검은사제들'에서는 한국적 요소에 서양의 '카톨릭'이라는 점을 접목하였고,
'사바하' 에서는 '밀교,불교,기독교 등' 여러 종교들을 접목하였으며,
이번 '파묘'에서는 '풍수지리, 민속신앙'에 대한 탐구가 엿보였습니다
이런 오컬트 장르물 영역에서 건드릴 수 있는 모든 부분들을 탐구하는 느낌이라,
장재현 감독의 이런 도전적인 마인드를 높게 평가합니다
그래서 이번 '파묘'영화의 중후반부의 스토리도, '호'의 부분에서 평가하고 싶습니다
오컬트 장르에서 '모호함'이 미덕이라는 절대 명제라는건, 누군가 정한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실체를 드러내고, 그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감독의 마인드가 오히려
용기있는 도전이고, 신선한 부분으로 다가 옵니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
대부분의 분들의 평가에서 중후반부가 '불호'였다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파묘'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했을때, 감독님의 제작 인터뷰를 참고하면
풍수지리 및 파묘로 조사를 했을 때, 이러한 주제로 이야기를 깊게 파고
2시간 동안의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만드려면, '범의 허리를 끊는다'라는
일제시대의 이야기가 포함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얼추 이해가 가는게 '풍수지리'는 '음양오행'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학문이고
일본의 '음양사' 또한 이에 맞닿는 지점이며, 이를 접합 함으로써 결국 이야기를 깊게 만들 수 있었을텐데,
결국 단순히 삽질해서 '관을 이장한다'는 테마로는 2시간을 채우기에는 힘들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결국 한국의 무속신앙과 일본의 무속신앙을 맞닿게 하고, 우리 슬픈 역사를 윤활유 역할로 섞어서
'관' 밑에 또다른 '관' 이 있는, 독특한 스토리의 '깊이'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 깊은 장면은
1 - 일본의 키츠네, 최고의 음양사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패배한 장군의 목을 잘라,
몸통속으로 수직으로 박아 넣은 칼, 그리고 다시 그걸 꼬매서 관째로 매장에 묻어버리는
일련의 시퀀스 장면들이 소름돋고 인상 깊더군요
이게 짧게 1분 안짝으로 빠르게 지나가던데, 이걸 좀 더 길게 보여주면 좋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 도깨비 불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각 인물이 홀려버리는(짧게 지나가는)장면의 표현이 너무 좋았습니다
--
그럼에도 이 영화의 아쉬웠던 부분은
그 실체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정면으로 오래 비추었다는 점인데요,
오히려 처음 등장처럼 실루엣만을 보이거나
얼굴을 드러내더라도 1-2초 짧게, 혹은 아얘 하관 밑으로만 길게 비추었다면,
더 위압감이나 공포감이 더 있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
결과적으로 '파묘'의 초중반의 분위기는 정말 탁월했고, 중후반의 스토리 선택도
충분히 감독이 고민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만족할만한 영화로 봤습니다
다음은 도대체 어떤 요소들을 주제로 만들지 기대되는 감독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