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쿠와 세계> 대담 GV를 다녀왔습니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쿠로키 하루 배우가 주인공 오키쿠를 연기해서 궁금했던 영화였는데요. 기모노를 반듯하게 입고 흑백 화면에 담긴 모습이 참 정갈했습니다. 명랑만화부터 시대극까지 다양한 배역을 두루두루 소화하는 흰 도화지 같은 매력의 배우네요.
영화는 1850~1860년대의 에도 막부 시대 서민들의 궁핍한 삶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인분 매매'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다룹니다. (인분이 매우 많이 나오므로 보기 전에 다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일본 시대극에, 인분 매매라는 장벽들 때문에 쉽게 추천하기는 어렵겠지만 1.33:1의 비율, 흑백 화면에서 풍기는 독특한 미학과 정취가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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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후 1시간 가량 사카모토 준지 감독님과 봉준호 감독님의 대담이 이어졌습니다.
현장에서 GV를 지켜보던 하라다 미츠오 미술감독님을 봉준호 감독님이 즉흥적으로 무대 위에 모시고는 본인의 의자를 내주셨는데요. 그러고 자리를 잠시 잃으셨던 봉준호 감독님은 의자 팔걸이에 걸터앉으셨습니다^^
봉준호 감독님이 GV 중에 한 사람의 팬으로서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사카모토 감독님을 촬영하시는 귀여운 장면도 있었고요. 나중에 뒷풀이 가셔서는 오키쿠가 츄지(ちゅうじ)라고 잘못 쓴 붓글씨 굿즈를 얻을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도 하셨습니다ㅎㅎ
오늘 대담은 나중에 영상으로 올라올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GV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 두 가지만 아래에 덧붙이고 글을 마무리합니다.
왜 흑백 영화인가? 💩이 많이 나오기 때문인가?
이런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형식이 먼저고 소재는 나중에 정했다. 예전부터 모노크롬 스탠더드로 계속 영화를 찍고 싶었으나 번번이 반대에 부딪혔다(저예산 영화처럼 보인다며 투자자들이 반대). 이번에는 자체 제작에 가깝게 만들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개입에서 자유로운 편이라 모노크롬에 도전할 수 있었다.
어째서 장(챕터)의 마지막 장면만 컬러인가?
4년 전에 15분을, 3년 전에 15분을 촬영했다. 이것을 파일럿으로 해서 자금을 투자받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2년 전에 비영화계에서 투자를 받아서 60분을 더 촬영했고 이렇게 해서 총 90분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1회로 완결되는 단편이었으나 이런 식으로 단편들을 이은 단편집 형태가 되었다. 각 단편(장)의 마지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마지막 씬만 컬러로 처리했다. 영화 전체를 흑백으로도 해봤는데, 선배들의 옛날 영화처럼 보여서 다시 마지막씬을 컬러 처리했다.
전 생각도 못 했는데 츄지 종이 말씀 듣고 정말 소장 가치 큰 굿즈다 싶겠더라구요. 저도 급 가지고 싶더라는 ㅋㅋ 제가 봉감독님 좋아하는 이유가 작품도 그렇지만 영화 매니아라는 게 느껴져 더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