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4K로 리마스터링된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을 런던 BFI에서 정말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어릴 때 성에 눈뜨게 해준 작품들 중 하나였던 이 영화가 나왔을 때는 에바 그린만 보느라 영화 전체를 다 보지도 않았었는데, 20년이 지나서 4K 화질로 전체를 쭉 다시 보니, "아니, [몽상가들]이 이렇게 웃기고 재미있는 영화였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영화가 수많은 과거 고전 영화들의 레퍼런스들로 꽉 채워져 있다는 것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고, 그래서 단지 60년대 프랑스 파리의 풍부한 문화나 질풍노도 청춘들에 대한 러브레터를 넘어서 영화사에 대한 러브레터처럼 보이기도 하더군요. '몽상가들'라는 제목이 영화 속 순수한 청년 주인공들을 넘어 실제로는 영화인이나 시네필들을 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기존 1080p에 비해 이번 4K 리마스터 화질이 깜짝 놀랄 정도로 확 좋아진 그런 건 아니었지만, 68혁명 시절 파리에 실제로 있는 듯한 생생함이 확실히 살아났고, 침대에 누워 벌거벗은 에바 그린의 솜털 하나하나도 다 선명히 보일 지경이긴 하더군요. 화질이 개선되니 더더욱 요즘 영화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이 되었네요.
평점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