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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배척의 다른 이름은 자유

 

주의가 산만한 아이 아미코는 가족에게 버림받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미코의 친어머니는 없습니다. 나중에 아미코가 하는 말로 미루어볼 때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하고 아버지가 아이들을 키우는 걸로 짐작됩니다(공식 설정은 아니지만 작곡가 아오바 이치코는 엄마가 죽어서 아버지가 재혼한 걸로 상상했고, 감독도 그 생각을 받아들인 부분이 있습니다). 친어머니가 아닌 양어머니는 아미코를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노력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영화 시작 시점에서부터는 눈에 띄게 차갑게 아미코를 대합니다. 

 

아빠도 아미코의 악의 없는 실수로 가정이 완전 파탄난 이후로는 아미코에 응답하지 않습니다. 아미코의 양어머니는 아미코의 동생을 유산합니다. 아미코는 양어머니의 생일 선물이라고 동생의 묘를 만드는데 이를 보고 양어머니의 애써 참아왔던 슬픔이 폭발해 거의 폐인이 됩니다. 풍비박산난 가정에서 아미코의 오빠 코타는 아예 불량 청소년의 길로 들어섭니다. 아버지는 아내를 폐인으로 만든 아미코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이사를 간다고 거짓말하고 아미코를 할머니 집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모두가 아미코를 없는 사람 취급합니다. 사실 다들 아미코를 두들겨 패고 싶지만 아미코의 오빠 코타가 불량 청소년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고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합니다. 외로운 아미코는 상상의 존재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다 아미코의 오빠가 학교에서 퇴학 당해 아미코의 보호막은 사라졌습니다. 단순히 무시가 아니라 이제 폭력이 가해질 겁니다. 그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아미코가 가장 좋아하는 노리군입니다. 심각하게 두드려맞은 아미코는 코가 부러집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미코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아미코를 병원에 데려다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완전한 타인인 행인만이 아미코를 걱정합니다.

 

아버지는 피투성이가 된 아미코를 안고 병원에 갑니다. 하지만 아미코가 왜 다쳤는지 묻지 않습니다. 아미코는 누군가에게 맞을 수 있으며, 아내와의 일에서도 그랬듯이 그 원인 제공은 아미코가 했다고 생각해버리는 거 같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아미코를 할머니 시골집에 버리고 옵니다. 이 편이 아미코에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할머니는 혈육인 아미코를 이해해줄지도 모르고, 아미코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게 더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아미코는 할머니 집을 나와 밤새 길을 걸어 도달한 해변에서 바닷물에 발을 담급니다. 그런 아미코에게 행인이 바닷물이 춥다고 걱정합니다. 아미코는 "괜찮다고" 대답하며 영화가 끝납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 모리이 유스케와 음악을 담당한 아오바 이치코는 아미코와 같은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데뷔작으로 2022년 일본에서 손꼽히는 영화를 만들었고,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뮤지션이 됐습니다.

 

이 영화에서 아미코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인물은 딱 한 명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미코의 양어머니가 운영하는 서예 교실에 다녔던 까까머리(실제 배역 이름이 중대가리...입니다) 학생 한 명만이 아미코를 이해해주고 같이 대화를 나눕니다. 오직 그만이 맨발로 다니는 아미코가 사회적 배척과 동시에 자유를 상징한다는 걸 알아주고, 아미코가 대단하다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아미코를 사회로부터 지켜주는 사람으로는 오빠 코타가 있습니다. 코타는 양어머니의 사마귀만 쳐다보며 괴물이라고 걱정하는 아미코에게 어머니는 어머니라고 사회적 문법을 알려줍니다. 불량 청소년이 된 후에는 자의가 아닐지 몰라도 보호막이 되주었고, 유일하게 아미코의 무전기에 응답해 아미코가 동생의 귀신이라며 두려워하던 것의 실체인 비둘기를 쫓아버립니다. 비록 아미코의 의사와는 반대로 비둘기 알까지 날려버렸지만요.

 

분명 아미코는 별난 아이입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감정을 직선적으로 드러내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만듭니다. 이게 영화라서(또는 소설이라서) 그렇지 현실이었다면 대부분의 관객들도 아미코를 따돌렸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나오듯 사회적 배척의 다른 이름은 자유입니다. 주류에 속하지 않은 누군가만이 주류 사회의 시각에서 벗어난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낼 수 있고, 그게 세상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나혼자산다, 태계일주 등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기안 같은 사람이 아미코에 가까울 겁니다. 사회적으로는 유별난 사람일 수 있지만 그는 이제껏 평범한 사람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꼭 이렇게 사회적 쓸모를 따지지 않더라도 각자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면 또 어떠합니까. 각자 즐겁게 살면 되지.

 

한 명이라도 그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한 명이라도 그를 지켜주려는 사람이 있다면, 아니 최소한 아무것도 모르는 행인의 친절함 정도라도 있다면 현실의 아미코는 조금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P.S 무코 시사회에 당첨됐으나 조모상을 치르느라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당첨 메시지를 보낸 수입사 측에 쪽지로 사정을 설명하며 후순위 당첨자에게 양도해줄 수 있는지 물었지만 바쁘신지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 직접 나눔을 해도 되는지 물었지만 역시 답을 받지 못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불참하게 됐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었지만 저 때문에 한 분이 시사회를 가지 못하게 돼 수입사 측과 잠재적 참석자에게 폐를 끼친 거 같아 관람 후 후기라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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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코코누코코 2024.03.02 00:47
    우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특별한 사정이 있는거라 수입사측에서도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
  • @청코코누코코님에게 보내는 답글
    Cyril 2024.03.02 00:50
    감사합니다!
  • profile
    evergreen 2024.03.02 01:26
    한국말 아니어도 역시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건지 까까머리의 멘트가 상대적으로 좀 감동이었어요~
  • @evergreen님에게 보내는 답글
    Cyril 2024.03.02 09:09
    과도하게 선하게 아미코를 보호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 친구처럼 대해주는 게 오히려 더 괜찮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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