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칸 영화제에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퍼펙트 데이즈>를 도쿄에서 보고 왔습니다. 작년 말에 본 영화인데 최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 같아서 좀 늦은 후기를 남겨 봅니다.
'키네마 준보' 선정 2023년 2위 일본 영화였는데요. 저는 1위를 차지한 <오키쿠와 세계>보다 <퍼펙트 데이즈>가 훨씬 좋았습니다.
<퍼펙트 데이즈>의 감독 빔 벤더스는 도쿄, 특히 시부야와 아사쿠사를 굉장히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빛을 탁월하게 포착하여 지평선으로 해가 뜨고 지는 도쿄의 풍경이 인상적인데요, 그와 대비되어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답고도 쓸쓸한 삶이 꽤 애잔합니다.
주인공의 직업이 시부야 공공 화장실의 청소부인데, 아름다운 디자인의 다양한 화장실을 두루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ㅎ
이 영화는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야쿠쇼 코지 배우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겠죠. 저는 야쿠쇼 코지 배우를 볼 때면 연기 스타일 면에서 한국의 송강호 배우님이 겹쳐질 때가 많은데요. 서민적인 캐릭터부터 선 굵은 캐릭터까지 깊이 있는 연기력을 지닌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야쿠쇼 코지 배우의 연기력이 그야말로 정점에 달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압권이었습니다. 영화를 본 다음 날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 나온 배우 인터뷰를 보았는데 제대로 된 대사가 있는 씬은 겨우 3개였다고 하더군요. 주인공이 워낙 과묵한 인물이라 표정과 행동만으로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과장이나 군더더기 없이 그저 배우의 표정만으로 모든 것이 이해되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칸 영화제 남우 주연상이 납득이 되는 훌륭한 연기였습니다.
제가 영화를 본 날은 현지에서 개봉 3일째 되는 날이었는데, 40~60대 관객분들로 객석이 가득했습니다. 일본은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퇴장하지 않는 것이 기본 문화인 듯한데, 영화의 무드와도 잘 맞아서 끝까지 조용히 몰입해서 볼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아카데미 기획전으로 프리미어 상영을 하는 곳도 있는 것 같은데,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정식 개봉 전에 먼저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