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평론가가 '핵소 고지'를 평할 때 "반전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과 달리 전쟁 장면은 숭고함과 화려함이 가득하다"며 마치 양두구육 같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저는 '가여운 것들'을 보며 저 양두구육의 평이 떠올랐어요.
주인공 벨라가 점점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고, 과거 구속된 여성 즉 빅토리아의 삶에서 벗어나 신여성으로 거듭난다는 메시지와는 반대로
필요 이상의 노출씬들을 여러 장면 (특히 깨달음을 얻은 이후에도) 보여줌으로써 앞뒤가 안 맞는 연출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색감으로 가득한 미장센, 벨라가 집에서 나가 자유의지로 지식과 지혜를 탐구하는 장면부터 흑백 -> 칼라로 전환되는 연출, 기괴스럽지만 시대 혹은 동화에 빠지게 만드는 분장 등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이 참으로 가득하지만
집을 나가서 처음 한 행동이 섹스, 파리에서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이 여러 차례의 섹스신 (심지어 여기선 소아성애 논란이...), 나중에는 동성애를 보여주는 섹스 등등 피로감 젖게 만드는 장면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또한 그 수위가 남성의 성기, 여성의 음모까지 보여주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란 생각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