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이 살짝 어색하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으니 이토록 낭만적일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한산>이나 <헌트> 이상으로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
한국에서 이런 스타일의 정통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는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되었는데,
영화의 완성도가 기대 이상으로 준수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먼저 영화의 핵심인 뮤지컬 장면 연출이 아주 안정적이라서 좋았습니다.
러닝타임 내내 12번 이상의 노래 및 군무 장면들이 나오는데, 정말 버릴 장면이 하나도 없다고 느꼈어요.
뮤지컬 장면 대부분이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본 듯한 연출들을 차용한 느낌이더군요.
딱히 참신하지는 않았지만 정석적으로 정말 잘 만들습니다. 화려한 영상미와 적절한 삽입곡, 리듬감 넘치는 편집이 돋보였네요.
아무래도 한국영화에서 이런 뮤지컬적 연출을 처음 보는 것이다 보니
영화 도입부 세연이 "조조할인"을 부르기 시작할 때 약간의 어색함이 있긴 하더군요.
하지만 이는 음악이 시작할 때의 어색함이었을 뿐,
본격적으로 춤과 음악이 무르익으니 분위기에 빠져들어 뮤지컬을 완전히 즐기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서울극장 장면,
식당 장면,
휴게소 장면,
아이스크림 장면,
군대 장면,
대학 장면,
그리고 마지막 파티씬까지,
영화는 수려한 영상미와 신나는 음악으로 쉴새없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합니다.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우리나라 문화 특유의 구수한 감성이 넘쳐서 좋더라구요.
영화의 스토리는 그럭저럭 무난했던 것 같아요.
과거와 현재를 넘나는 편집이 꽤나 자연스러웠고, 이따금씩 감정이 복받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억지 신파로 빠지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간결하게 묘사하더라구요.
아들과 딸의 비중 역시 적절했으며 세연의 비밀을 알게 되는 묘사 역시 자연스러워서 좋았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은 지나칠 정도로 답답한 진봉의 캐릭터성이었습니다. 영화의 전개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묘사였겠지만, 러닝타임 내내 시종일관 이어지는 진봉의 퉁명스러운 태도는 오히려 불편함을 유발하더군요.
그래도 후반부에 진봉의 진심이 밝혀지고, 성장하는 전개로 이어지면서 그나마 납득은 되었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장면들이 많아서 별로였습니다. 진봉의 캐릭터 묘사가 더 입체적이었더라면 좋았겠습니다.
전반적으로, 감성에 취해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재밌는 뮤지컬 영화였습니다.
스토리에 빈틈이 있지만 적어도 무너지거나 늘어지지는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500만급 이상의 흥행을 기록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흥행 성적이 생각보다 저조해서 아쉽습니다.
평점 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