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연출한 1988년 작 <리브 앤 다이>는 위조지폐 범죄를 소재로 LA밤거리에서 벌어지는 범죄수사극입니다.
특수 수사요원인 첸스는 오랜 파트너이자 곧 정년퇴임을 하는 지미가 수사 도중 죽자 강력한 용의자인 위조지폐 제조범인 릭 매스터스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러나 수사망을 잘 빠져나가는 릭. 첸스는 새로운 파트너인 부코비치와 함께 릭에게 위조지폐를 의뢰하는 인물로 위장해 그에게 접근하지만 릭의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릭은 어마 무시한 착수금을 제시하고 첸스는 합법적으로 그 돈을 마련하지 못해 부코비치와 함께 마약 거래를 위해 입국하는 한 남자의 돈을 가로채려 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는 FBI 소숙 언더커버였고 그 과정에서 그는 사망하고 맙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첸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터스에게 접근해 파트너에 대한 복수를 눈 앞에 두게 됩니다.
영화 역사상 위대한 작품인 <엑소시스트><프렌치 커넥션>을 연출한 윌리엄 프리드킨의 네오 느와르인 <리브 앤 다이>는 LA를 배경으로 한 범죄수사극이자 복수물입니다. 그럴싸한 악역인 매스터스(윌럼 데포)를 잘 설정해놓은 덕분에 주인공 캐릭터가 살짝 아쉽더라도 영화의 재미는 비교적 끝가지 가는 편이지만 그의 다른 걸작들에 비해 살짝 아쉬운 점이 없진 않습니다.
주인공의 분노가 지속적으로 강하게만 표현되고 있어 후반부에 이르면 그 분노에 약간 둔감해지고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에 반해 릭 매스터스는 명석한 두뇌도 있지만 감정적으로도 힘의 균형에서 완전히 앞서는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줍니다. 특히 대배우인 윌럼 데포가 그 연기를 했으니 더할 나위가 없었겠죠.
LA를 배경으로 한 네오 느와르 장르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는데 화려한 LA의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주더라고요. 특히 뉴욕과 대비되는, 뒷골목에서 펼쳐지는 범죄는 없지만 카액션이 이를 대체하면서 전혀 다른 범죄극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도시의 이런 부분이 있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장르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