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6591206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https://www.instagram.com/p/C5D3ak_p9rA/

출처입니다. 인스타를 보다가 아직도 모르겠던 악존않 결말에 대한 굉장히 흥미롭고 명쾌한 '아 이거구나' 싶은 해석이 있어서... 가져와 봅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Evil Does Not Exist, 2024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 오미카 히토시, 니시카와 료, 코사카 류지, 시부타니 아야카

(스포주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전작들에서 자주 그려졌던 것이 “밸런스”인데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도 그간 감독이 반복적으로 하던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느꼈다.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화면만 보면 언뜻 자연보호를 외치는 영화인가 싶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영화가 말하는 것은 “선”도 “악”도 아닌 어떤 것.
서로의 입장과 상대성에 따라서 바뀌는 것일 뿐,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홀로 딸을 키우며 사는 남자의 일상은 언뜻 한가롭게 보인다.
장작을 패고, 이웃 주민의 식당에서 쓸 물을 긷고, 땅와사비의 맛을 알려주다가
딸을 픽업하러 가는걸 종종 잊곤 한다.

그런 남자의 앞에 불쑥 불청객이 나타난다.
그 지역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심지어 자기가 벌이려는 사업의 본질도 모르면서, 그저 돈놀이에 눈이 먼 이들이다.
플레이모드라는 연예기획사에서 갑자기 마을에 글램핑장을 차리겠다는 것도 기막힌데
그리고 식당 물을 길어다 쓰는 곳 옆에다가는 분뇨처리시설을 짓겠다고 한다.

“상류에서 일어난 일은 반드시 하류에 영향을 주게 되어 있어요”
“당신네 사업은 100% 풀가동을 영업 목표로 하면서, 왜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45~55%의 가동률을 가정합니까?“

“어차피 그 남자 한가로워보이니까, 이왕이면 그 남자를 관리인으로 고용하면 어때?”
하는 사장의 물음을 직접 듣지는 못했을테지만
자신을 대하는 플레이모드 직원의 태도만 봐도
이들이 회사 내부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눈에 선하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남자는 답한다.
“난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몇 달치 영업이익을,
보조금 신청 기한 맞춰서 신청만 하면 손 쉽게 받고
그걸로 직원 월급도 주고 할 수 있는거 아니겠나.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이나 타 먹으려고 글램핑장을 지으면서
또 명분은 그럴싸해보여야 하니 “성장하는 산업에 빠르게 진입해서 자리를 잡는다”고 외치지만
64인용 시설에 고용할 직원은 고작 넷 뿐이다.
우리가 하려는 사업의 본질은 그저 “Easy Money”이니까.

플레이모드에게 있어서 지역은 고작해야 쉽게 보조금 받아먹을 구실일 뿐이고
거기 원래 살던 사람이나 동물이 어떻게 되는가는 알 필요조차 없다.

어차피 한가로워 보이는 남자를 관리인으로 써먹어보라는 사장의 지시에
그의 환심을 사려고 술 선물을 들고 가 보지만 이런 무신경한 선물이 먹힐 리 없다.

그 와중에 남자가 장작 패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인다고 자기도 해보겠다더니
세상에 자기가 해 본 일 중에 가장 재미있단다.
그래서 회사 그만두고 시골 내려와서 글램핑장 관리인이나 하고 살면 좋겠댄다.
아, 저런 한심한 작자가 삶의 터전을 침범해 온다..

장작불을 피운다는건 난방이 목적이고, 난방이란건 인간의 체온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다.
그런데 고작 너는 이걸 “재미”로 한다고?
여기서 장작이나 패고 살면 “재미있겠다”고?

무책임하고도 무신경한 이들을 상대하면서, 참 이 사람들 아무것도 모르네 싶다.
당신네들이 지으려는 그 글램핑장이 바로 사슴이 다니는 길이라고 알려주어도
그러면 사슴은 더 다가오지 않고 알아서 다른 곳으로 가겠죠, 하는 직원의 무신경한 말에
남자는 더 이상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야 만다.

이런 한심한 작자들이랑 있다가 또 하나를 픽업하는걸 잊었다.
뒤늦게 학교에 찾아가지만 하나는 이미 없다.
그리고 하나가 있었을 자리에는, 하나가 매일같이 입는 파란 패딩과 노란 장갑처럼
노랑과 파랑이 칠해진 놀이터의 회전 놀이기구만 천천히 빙글빙글 돈다.

남자는,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한다.
“나의 삶에 침범한 무책임한 무신경함에 대한 처단“을 내리고야 만다.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2)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 배표한장 2024.03.28 23:39
    작성자 허락 받았나요? 본인 글 아니면 출처를 남기거나 말거나 작성자 허락이 없으면 불펌입니다.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447029 96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41] file Bob 2022.09.18 455414 140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3] file admin 2022.08.18 787027 203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5] admin 2022.08.17 536158 150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4] admin 2022.08.16 1192092 141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405843 173
더보기
칼럼 Judge Dredd 장르를 말아 먹은 실베스터 스탤론 [6] updatefile 5kids2feed 2024.08.24 2098 5
칼럼 <트위스터스> 길들여지지 않는 것을 길들이기 [2] updatefile 카시모프 2024.08.22 1877 25
불판 8월 27일(화) 선착순 이벤트 불판 [57] update 아맞다 2024.08.26 14292 40
불판 8월 26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55] 너의영화는 2024.08.23 15947 41
이벤트 더 강렬하고 더 진하게 돌아왔다! <베테랑2> 최초 시사회 초대 이벤트 [162] updatefile cjenmmovie 파트너 14:07 3578 116
영화잡담 스포) 데드풀과 울버린 전투 이후 갬빗 영상 [1] newfile
image
02:06 80 0
영화잡담 임영웅 영화 용아맥 중블 취소표 많이 나오네요ㅠ [2] new
01:31 282 0
후기/리뷰 [역시나 불호,스포] 늘봄가든 2회차 후기 new
01:20 100 2
영화잡담 비틀쥬스 포맷 고민 [4] new
00:37 368 0
영화잡담 임영웅 영화(?) 엄청 비싸네요ㄷㄷ [11] new
00:34 690 5
영화잡담 CGV 특전 안 나올 때도 있나요? [11] new
00:30 518 1
영화잡담 늘봄가든은 포스터따로 안주나요.. [5] new
00:15 394 0
후기/리뷰 [그녀의 남자]를 보고(약스포) newfile
image
00:11 62 1
8월 27일 박스오피스 [3] newfile
image
00:02 621 11
후기/리뷰 [쥐잡이]를 보고(약스포) newfile
image
23:59 83 2
후기/리뷰 늦은 8월14일 개봉작4편 한줄평 new
23:58 160 1
후기/리뷰 [만덜레이]를 보고(약스포) newfile
image
23:45 67 1
영화잡담 본 레거시는 맷 데이먼 나오는 트릴로지, 제이슨 본이랑은 연관 없나요? [7] new
23:44 385 0
영화정보 <트랜스포머 ONE> 돌비 포스터 [7] newfile
image
23:35 586 6
후기/리뷰 그 여름날의 거짓말 시사회 후기 [1] new
23:34 255 3
영화잡담 여러분의 인생영화 or 5점 만점 영화는 무엇인가요? [19] newfile
image
profile 010
23:31 511 5
영화잡담 로물루스 4회차에 느꼈습니다.(스포) [3] new
23:24 513 4
영화잡담 에이리언 막차 탔습니다 [6] newfile
image
23:19 428 5
영화잡담 영화관련된 내용은 아닌데 jtbc 어이없네요;;; (텔레그램) [11] newfile
image
23:19 1196 9
영화관잡담 픽처하우스 굿즈 수령 시간 [5] new
23:17 329 2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