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스 사닌 감독이 연출한 <도뷔시>는 19세기 중후반 영웅 아닌 영웅이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계급의 하층에서 살고 있는 도뷔시는 결혼식 당일 러시아와의 전투에 징집됩니다. 징집을 한 대령은 전쟁 후 자유를 주겠다고 하지만 그 말은 지켜지지 않게 되죠. 도망자 신세가 된 도뷔시는 도적이 되어 있는 친동생을 만나 생활을 하게 되지만 약혼녀와의 재회를 한시도 잊고 있지 않습니다.
도적 생활이 진행되면서 잔인한 동생과는 달리 몇 번의 죽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도뷔시는 사람들에 인해 영웅화가 됩니다. 동생은 진실을 알고 있지만 형에게 함구를 지킵니다. 하지만 이런 영웅서사가 오히려 동생의 위치를 흔들리게 하고 결국 원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 동생은 무리에서 떠나고 형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그리고 배신을 한 대령에 대한 복수와 약혼녀를 만나기 위한 발걸음이 시작됩니다.
제국주의 시대에 한 가운데 놓인 한 남자의 영웅서사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는 굳이 이 이야기가 영웅서사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영웅이 바로 자신이라는 거죠.
어느 시대건 특히 절망의 시대엔 더욱 더 사람들은 영웅을 원합니다. 특히 민초들에겐 그런 존재는 더욱 더 상징적이기도 하고요. 그 인물이 바로 도뷔시입니다. 도뷔시는 단지 자신의 약혼녀와 개인에 대한 복수로 점철되어 있는 삶을 살았는데 시대와 주변인들이 그를 영웅을 만들었습니다.
자주 접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에서 제작된 작품입니다. 감독 배우 모두 낯설어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리는 건 사실이었지만 나쁘지 않은 비주얼과 더불어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현실의 우크라이나 상황이 더욱 더 떠올라 감정이입이 잘 되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