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휘 감독이 연출한 <그녀가 죽었다>는 관음증을 갖고 있는 한 공인중개사와 그에게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고객이 맡긴 열쇠로 몰래 그 집을 훔쳐보는 취미를 가진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는 편의점에서 우연히 소시지를 먹으며 비건 코스프레를 하는 인플로언서 한소라(신혜선)를 보고 흥미를 느낍니다. 그녀를 몰래 따라다니며 집을 알아내고 몰래 그 집을 들어가 보려고 하지만 실패하던 중 그녀가 구정태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한소라는 집을 내놓기 위해 온 거이고 구정태는 드디어 합법적(?)으로 한소라의 집을 드나들게 되고 그녀의 사생활을 하나둘씩 알아내게 됩니다. 그렇게 관찰(?)이 150여일이 지난 어느 날, 한소라의 집을 또 다시 들어가게 되는데 구정태는 소파에서 피를 흘리고 죽어있는 한소라를 보게 됩니다. 구정태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범인으로 몰릴까봐 몰래 그 집을 빠져나오고 다른 세입자들과 다시 공동의 목격자로서 그 집을 들어가지만 시체는 사라지고 깨끗하게 집은 정리되어 있습니다.
한편 한소라의 절친인 또 다른 인플루언서가 경찰에 한소라의 실종 신고를 하게 되고 담당 형사 오영주(이엘)는 구정태를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하고 수사를 진행합니다.
히치콕식의 오인된 남자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전후반으로 나눠진 구성이 핵심인 작품입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고 누가 범인인지 혹은 조작된 것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구성으로 영화는 진행됩니다. 그리고 오인된 이 남자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주인공처럼 자신에게 씌인 누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영화의 소재로 너무 범람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라는 캐릭터가 슬슬 지겨워지고 있는 와중 스마트하게 이 소재를 흥미롭게 연출한 <그녀가 죽었다>는 사회적인 문제와 동시에 영화의 재미를 함께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두 주인공이 어떻게 현실 세계에서 왜 이런 증상을 가지게 된지를 감독은 디테일하게 설명합니다. 일종의 노출증과 그와 반대되는 관음증을 서로 대비해 캐릭터간의 간극과 충돌을 만들어내는 연출이 일품이었습니다. 과연 관객들에게 어떤 호응을 얻어낼지 궁금해지는 작품이었습니다.